- 검찰, 직권남용 혐의 기관 통보
- 경찰청 징계 아닌 경고 조처에
- 검찰 “너무 가볍다” 재수사 시사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부산에서도 감지된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미끼로 피의자를 범죄조직에 불법 잠입시켜 인권을 침해했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가 먼저 잠입 수사를 제안했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검 한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경찰의 위법·인권침해 수사 중단시킨 사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보면 부산경찰청 A 경위는 2017년 3월 체포한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 B(38) 씨에게 “선처해주겠다”며 필리핀 쪽 조직에 잠입해 증거를 수집할 것을 제안했다.
A 경위는 “수사 목적이라면 보이스피싱 범죄가 허용된다”며 B 씨를 안심시켰고, 필리핀으로 건너간 B 씨는 10개월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B 씨는 위장 잠입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움에 떨며 보이스피싱 수익금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계속했다.
죄의식과 두려움에 한때 경찰과 연락을 끊은 B 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건을 송치하겠다는 A 경위의 말에 다시 증거 수집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수사 지휘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A 경위와 담당 팀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한두 달만 더 수사하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며 묵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결국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검찰 지휘대로 B 씨를 귀국시키고, B 씨 사건을 1년여 만에 검찰에 송치했다. B 씨는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 탓에 체중이 20㎏ 넘게 줄고, 탈모 증상도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안을 두고 “지금은 검찰의 수사 지휘 시점과 방법에 제한이 없어 인권침해적 경찰 수사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에 따라 송치 전 수사 지휘가 제한되면 제때 바로잡기 어렵다”며 수사권 조정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말 A 경위를 조사한 검찰은 직권남용과 사기 교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사가 목적인 데다 금품 수수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만 통보했다.
이에 이달 초 징계위원회를 연 부산경찰청은 A 경위를 공식 징계가 아닌 불문경고 조처했다. 그러자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엄연한 불법 행위를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A 경위를 재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은 “애초 B 씨가 먼저 A 경위에게 선처를 요구하며 접근해 왔다”며 “B 씨가 필리핀 현지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지를 파악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본인이 알아서 조직에 잠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