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게시판 동조하는 글 쏟아져

- 경찰 “수사권 조정안, 통제 강화”
- 수사권 비대화 우려 즉각 반박
- 1차 수사종결권 공방도 치열

- 부산 부장판사, 문 총장 용기 칭찬
- “공수처, 누가 견제하나” 작심 비판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놓고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검경 갈등이 재점화했다. 일선에서도 “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검사와 “충분히 사후 통제할 수 있다”는 경찰의 날선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사권 통제 장치가 쟁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갈등의 쟁점은 독립적 수사권을 가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 여부에 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 대신 검찰에는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권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 수사 요구를 불응할 때 직무 배제 및 징계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때 시정 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한다.

검찰은 경찰에 수사 보완을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불응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한 이유다. 사후 통제가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수사 재량만 키워 놓으면 경찰의 권한만 비대해진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찰은 지금의 법안으로도 충분히 사후 통제할 수 있다고 맞선다. 경찰청이 2일 낸 입장 자료에서 “경찰의 수사 진행 단계 및 종결 사건(송치 및 불송치 모두)에 대한 촘촘한 통제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안은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는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도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 중 이의 제기를 할 사건 관계인이 없을 때는 경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사건이 그대로 종결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일선 검사·경찰도 날선 목소리

해외 순방 중인 문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견해를 밝힌 이후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이에 동조하는 글이 수십 개 이상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수사권 조정 법안이 검찰의 권한만 축소할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법안을 비판하는 글에 검사 수십 명이 동조하는 취지의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내부 게시판 쓴 글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고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일선의 한 검사도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 외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법안’이라며 ‘올바른 사법 처분을 위해 성심을 다해온 대한민국 검사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관해 지역 경찰은 “검찰이 지적하는 통제 장치는 이미 충분히 마련됐다고 본다”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고려할 때가 됐다. 기소부터 형 집행까지를 한 기관이 독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편, 부산의 한 부장판사는 공수처 신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부산지법 김태규 부장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공수처 신설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른바 공수처란 기관이 생겨날 모양인데 이 기관은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느냐’며 ‘독자적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할 모양인데 여기에 그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이 세 조직은 그 신생 조직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률안들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취지로 작심 비판한 문 총장을 향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입장]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