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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적정도시로 <10> 노인 위한 도시, 맨체스터

WHO ‘고령 친화도시’… 노인 배려한 큰 글자·벤치는 일상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19-04-30 18:43:3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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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면 더 살기 좋은 도시’
- 최우선 삼아 맞춤형 사업

- 맨체스터大 부설 연구소가 앞장
- 2003년부터 노인 친화 사업 펴
- 시, 350개 관련 단체 적극 지원
- 100여 명 전문가·공무원 배치
- 시민 자발적 참여로 이끌어져
- 고령화 부산도 대책 서둘러야

부산 인구는 꾸준히 줄고 사람들은 더 늙어간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부산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부산이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적정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고령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영국 맨체스터 외곽에 위치한 알렉산드라 파크(Alexandra park)에서 노인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파크는 2014년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노인 친화 공원으로 조성됐다. 맨체스터 고령화 공동 연구소 제공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시는 고령화를 도시 경쟁력으로 활용한 도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이 들면 더 살기좋은 도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펼쳤다. 이를 이루려고 시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앞에서 끌고, 자원봉사자 등 시민이 뒤에서 힘을 보탠다.

15년여가 지난 지금, 맨체스터시는 영국 내에서 ‘고령 친화(Aging Friendly)’로는 가장 앞서가는 도시로 손꼽히게 됐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WHO(세계보건기구) 고령 친화 도시에 가입한 맨체스터시의 사례를 통해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봤다.

■나이 들면 더 살기 좋은 도시

   
맨체스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령 친화 마크가 새겨진 벤치(왼쪽)와 고령 친화 사업 안내문. 하송이 기자
지난 11일 오후 맨체스터 외곽에 위치한 주거지역인 올드 모트(Old Moat). 영국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주거지인 이곳을 둘러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건물 벽이나 길 모퉁이에 설치된 도로안내판의 글자 크기가 유달리 큰 것. 시력이 나쁜 노인들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다. 주거지 인근에 조성된 상가로 발길을 옮겼다.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조성된 상가 두 곳 중 한 곳엔 분홍 노랑 초록 보라색 등이 섞인 꽃무늬 스티커가 붙었다. 아래에는 ‘WE ARE AGE-FRIENDLY’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 곳은 ‘고령 친화도시 맨체스터’ 중에서도 특히 노인 친화 사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2014년 맨체스터시 맨체스터대학 그리고 저소득층 주거 지원 사업 등을 시행해 온 민간 기업(Southway housing trust)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거지인 올드 모트를 노인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재생하기로 손을 잡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노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팔걸이를 갖춘 벤치가 곳곳에 설치되는 등 각종 노인 친화 사업이 진행됐다. 이곳에서 열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스티브 존스(68) 씨는 “시에서 고령 친화 사업 동참 의사를 물어 참여하겠다고 하니 문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가게에 의자를 지원했다”며 “지금은 상가를 오가는 노인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쉬고 간다. 사람이 많을 땐 자리가 없어 돌아가야 할 정도”라며 웃었다.

맨체스터시가 ‘고령 친화’에 눈을 뜬 때는 2003년부터다. 2010년엔 WHO가 지정하는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에 가장 먼저 가입한 도시가 되면서 ‘고령 친화 맨체스터’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 들어서는 맨체스터 도심뿐만 아니라 주변지역(Great Manchester)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대상지에 포함되는 인구는 300만 명으로 부산과 비슷하다.

■노인 친화를 도시 경쟁력으로

맨체스터시의 고령 친화 정책은 시작부터가 독특했다. 노인을 정책 최우선에 뒀지만 노인 인구비율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7년 기준 영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약 18%인데 비해 맨체스터시의 노인인구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맨체스터시는 어쩌다 고령 친화 도시가 된 것일까. 2000년대 초반 맨체스터시에서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 상당수가 노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맞춤형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소득층 지원이 결국 노인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맨체스터시는 시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고령화가 되니 어쩔 수 없이 고령 친화도시를 조성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고령 친화’를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령 친화 정책 개발 선봉에 선 맨체스터 대학 부설 기관인 맨체스터 고령화 공동 연구소(Manchester Institute for Collaborative Research on Ageing)의 티엔 부펠 박사는 “정치적인 리더십과 지원이 우선되고 자원봉사자와 자선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사업을 이끌어가는 구조”라며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맨체스터시만의 강력한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맨체스터시는 350개의 고령 친화 사업 단체를 지원하며, 100여 명의 전문가와 노인, 고령화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공무원을 사업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시는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구상 단계부터 노인 친화적인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입한다. 이를 위해 노인학 사회학 등을 전공한 다양한 전문가와 시청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모임(Manchester Urban Ageing Research Group)을 구성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분야별 회의를 연다. 1년에 두 차례는 모든 관계자가 모여 노인 친화 도시 사업을 구상하고 토론한다. 티엔 부펠 박사는 “성공한 노인 친화 도시의 특징은 정부 학계 자원봉사자 등 민·관·학이 모두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시의회

※ 이 취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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