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앞둔 보수결집 의도 분석
- 오페라하우스 관할권 포석도
- 중구 “통합 반대” 명확히 선그어

부산 중구와 동구가 때아닌 ‘중·동구 통합설’에 휩싸였다.

	부산 동구 수정동 동구청 앞에 걸린 현수막. 황윤정 기자

25일 동구 수정동 동구청 앞 도로에 ‘중·동구 통합은 우리 구민이 꼭 이룬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은 일대에 약 1주일 동안 걸려 있었다. 갑작스럽게 현수막이 걸린 배경과 함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추진했던 ‘원도심 4개 구 통합’이 아닌 ‘중·동구 통합’이 언급된 이유 등에 관심이 쏠렸다.

현수막을 건 단체는 ㈔동구발전협의회로, 이 단체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보수 성향의 전임 동구청장 등으로 구성된 지역 원로 정치인의 모임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표몰이를 위해 이 단체가 통합설을 제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도심 통합은 과거 한국당이 이끌어 온 의제인 만큼 보수 세력의 결집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구 통합은 여당 성향의 주민들까지 관심을 가질 만한 지역 이슈이기도 하다.

북항 오페라하우스의 행정구역을 둘러싼 중·동구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통합설 제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항 매립지에 들어설 예정인 오페라하우스는 중구와 동구의 경계에 위치해 두 지자체가 모두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가 기존 육상 경계선을 이은 안과 영주고가도로에서 이어지는 안 등 2가지 안을 내놨으나 육상 경계 안은 중구가, 영주고가도로 안은 동구가 각각 반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중·동구가 통합될 경우 이런 문제가 해결될 뿐더러, 북항 재개발과 중·동구 통합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이 밖에 중·동구 단독 선거구로의 개편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 트랙 통과 시 선거구 유지를 위한 인구 하한선이 15만3560명으로 늘어나는데, 중·동구를 합친 인구는 14만여 명으로 단독 선거구가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통합설에 동구와 중구의 단체장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동구발전협의회가 동구와 사전에 협의 없이 현수막을 걸었다”면서도 “(중·동구 통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이어 “결혼을 하려면 신랑과 신부 양쪽이 뜻이 맞아야 한다. 중구 내에서 여론이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윤종서 중구청장은 “정치 논리에 따라 통합설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중구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여론은 아니다. 중구는 통합을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동구는 이날 해당 현수막을 철거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