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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난민’·건보 사각…난임부부 “아이 포기할까 고민”

난임 대책이 곧 저출산 대책

  • 국제신문
  •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  |  입력 : 2019-04-18 20:13:0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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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소서 맞게 해달라” 요구 왜

- 배란·착상 주사 4∼8주 매일 맞아야
- 전문병원, 거주지·직장서 멀 경우
- 일반병원 찾아도 시술 거부 ‘일쑤’

# 난임부부, 경제적 부담 토로

- 시술비 회당 200만~250만 원가량
- 신선배아 4회·동결배아 3회 한정
- 시험관아기 건보 적용 횟수 확대를

# 출산율 위한 적극적 정책 펴야

- 맞벌이 퇴사·경력 단절 악순환
- 올해 난임지원 정부예산 184억
- 전체 저출산 예산의 0.1% 수준

난임 부부에게 필요한 건 금전적 지원만이 아니다. 이들은 “겪어보지 않고는 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는 제대로 놔줄 곳이 마땅찮다. 고통을 이해해주기는커녕 직장 등 주변에선 눈치만 준다.
국제신문DB
그래서 난임 부부들은 거창한 대책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 주사를 맞고 시술을 받는 고통을 조금만 덜어 달라는 거다. 그러나 정부와 부산시의 대책은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주사 놔줄 곳 찾아 헤매는 ‘주사 난민’

난임 여성의 배에 주사하는 과배란 유도제 예시.
최근 난임 확진을 받은 A(31) 씨는 첫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난임 여성은 시술에 앞서 4∼8주가량 매일 같은 시간에 배와 엉덩이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배에 놓는 주사는 배란을 돕는 과배란 유도제로, 그나마 투약이 쉽다. 문제는 배란 이후 자궁 내막을 유지해 수정란의 착상을 돕는 프로게스테론 주사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난임 전문병원이 집이나 직장에서 멀면 엄청난 불편을 겪는다.

전문병원이 발급한 주사약과 의뢰서를 갖고 가까운 일반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은 주사 행위를 거절한다. A 씨는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주사를 놔주는 걸 꺼린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난임 여성은 주사를 놔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주사 난민’으로 불린다.

지난달 29일 부산 시민청원 게시판 ‘OK 1번가’에 올라온 핵심 요구 사항도 보건소의 난임 주사 행위를 허용해 달라는 거다. 지역별 보건소에서 쉽게 주사를 맞는 게 난임 여성들의 소원이다. 이 밖에 보건소가 신혼부부 산전검사를 할 때 여성은 난소나이검사(AMH), 남성은 정자검사 등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시가 마련한 대책은 지역 난임 의료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전부다.

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보건소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이용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난임 전문병원 31곳과 주사 행위가 가능한 병원 200여 곳 등 기존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

■직장 다니며 시술받기 힘들어 퇴사도

인공수정을 2차례 실패한 후 시험관아기 시술로 전환한 B(36) 씨는 ‘신선배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선배아는 난자 양이 많지 않은 저반응군 난임 여성이 받는 시술로, 난자를 채취한 즉시 정자와 수정해 그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 이채식 실장은 “저반응군 난임 여성이라도 배아를 얼려 놨다가 몸 상태가 최상일 때 이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난임 시술은 인공수정 3회, 시험관아기 7회(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다. 총 10회를 지원하지만, 환자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시술 종류가 달라 10회를 온전히 지원받지 못한다. B 씨는 신선배아 4회만 해당되는 셈이다. B 씨는 “시술 종류와 상관없이 10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시술만 14번째 받는 C(33) 씨는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모두 소진해 이달만 시술비가 430만 원이 나왔다. C 씨는 “33살밖에 안 됐는데 아이를 포기해야 될지 고민”이라며 “첫 아이만큼은 무상 지원하거나 지원금을 대폭 늘려 달라”고 울먹였다.

이처럼 임신 과정이 고통스럽고, 비용 부담이 커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많다. B 씨는 “회사 화장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배에 주사를 놨었다. 일주일에 2, 3차례 병원 진료를 받는 것도 눈치 보였다”며 “비용을 생각하면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맞벌이면 기준소득 180%를 넘겨 지원금액이 쪼그라든다. 여러 가지로 힘들어 퇴사했는데 임신마저 실패하면 나한테 무엇이 남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시 미래전략자문단 위원인 박일해 리오라여성의원 원장은 “올해 우리나라 난임 지원 예산은 184억 원으로, 전체 저출산 예산 24조 원의 0.1% 수준”이라며 “초저출산 시대에 아기를 낳을 의지가 있는 난임 부부가 경제적 부담을 덜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   ※자료 : 보건복지부

구분

2018년

2019년

2019년 7월부터

지원 대상

기준중위소득 130% 이하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지원 내용

체외수정(신선배아) 최대 4회

체외수정(신선배아) 최대 4회
체외수정(동결배아) 최대 3회
인공수정 최대 3회

체외수정(신선배아)7회, 
체외수정(동결배아) 5회
인공수정 최대 5회

지원 범위

회당 50만 원 한도

회당 50만 원 한도

회당 50만 원 한도

-오는 7월부터 난임 시술에 대한 연령 제한 폐지돼, 만45세 이상인 여성도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거쳐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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