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점검 의무도없어 안전‘사각’
- 사고 나면 책임 소재도 불명확
- 단속 권한 있는 구·군 단속 전무
- 시 “경찰 수사가 선행돼야” 뒷짐

부산의 일부 아파트가 현행법을 위반한 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인다.

10일 지역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A, B 아파트 등이 주민 편의를 위해 자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A아파트 셔틀버스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파트~해운대경찰서~해운대복합문화센터~도시철도 센텀시티역~아파트 구간을 운행한다. B아파트 셔틀버스도 매일 아파트~센텀시티역~반여농수산물도매시장 구간을 오간다. 이들 셔틀버스는 아파트 측이 전세버스 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건설사의 아파트 홍보 차량을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명의로 이전받아 운영되고 있다. 요금은 세대당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되고, 입주민 카드를 차량의 장치에 인식해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상당수 입주민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문제는 이들 셔틀버스의 운행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용 자동차는 지정된 노선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역 운송 사업자인 전세버스 역시 정부기관과 학교 등의 통근 버스로만 운행할 수 있다.

이처럼 아파트 셔틀버스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아파트에 행정·형사상의 제재가 이뤄진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거제시의 법령 해석 질의를 받은 법제처가 “셔틀버스는 유상 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선례로 작용한 데다, 실제 단속 권한을 가진 구·군이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선을 마을 곳곳에 세밀하게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 편의 차원에서 ‘보완재’인 셔틀버스를 마냥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제도권 밖에 있는 셔틀버스가 안전사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인다. 관련 법에 따라 허가받은 노선 버스는 모두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셔틀버스는 ‘자가용’이기 때문에 점검 의무가 없다. 셔틀버스가 차량 이상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 공공운수노조 버스지부 관계자는 “아파트 셔틀버스로 이용된 전세버스가 사고 나면 그 책임을 실소유주인 지입 차주에게 물어야 할지, 회사에 물어야 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사고가 나면 적절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아파트 셔틀버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회계 장부나 계좌를 추적해야 해 경찰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