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부모님께 강아지 사달라고 하지 마세요” 중앙경찰학교 경비정보학과 김민철 교수가 반려견을 주제로 한 강연은 남달랐다.

	김민철 교수가 지난 달 25일 오전 자연드림 부산거제점 2층 교육관에서 열린 반려견 특강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민훈 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자연드림 부산거제점 2층 교육관에서 초등학생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교수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동래아이쿱생협의 한 조합원이 김 교수가 부산시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에서 한 강연을 듣고 남다른 강연 내용에 공감하면서 김 교수를 초청한 것이다.

개인 휴가까지 내면서 부산에 내려온 김 교수는 강연료를 한사코 거부했다. 강연료가 측정된 경우에는 사료를 구입해 부산시에 기증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나는 개에게 큰 빚을 진 사람이다’라고 적은 김 교수는 개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약 6년간 재능기부 방식으로 강연을 해왔다.

	과거 경찰견 핸들러 업무를 맡았던 김민철 교수

수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레 반려견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김 교수는 부산경찰청 김해공항경찰대 폭발물탐지견 핸들러 요원과 경찰청 과학수사계 체취증거견 핸들러 요원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 김 교수에게 개는 남다른 존재였다. 김 교수는 반려견 보호자에게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는 김 교수에게 경험으로 체득한 반려견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물어봤다.

	반려견 보호자의 교육을 강조하는 김민철 교수. 사진=김민훈 기자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사실 ‘우리 개는 앙 물어요’가 맞는 말이다. 회색늑대가 야생성을 잃고 길들여져 개가 출현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야생본능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언제든 본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개가 자기방어본능이 발동하면 언제든지 상대에게 공격성을 뛸 수 있다.

개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고 처음 만나는 개에게 선뜻 다가가서 함부로 만지는 행동은 금물이다. 대부분 ‘개가 꼬리를 흔들면 반갑다는 표현이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꼬리를 편안하게 천천히 흔드는 상황에 해당한다. 반면 꼬리를 치켜세우고 경직된 느낌으로 흔드는 건 흥분하거나 경계의 의미가 있다.

이 또한 100% 정답은 아니다. 개의 의사소통인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에 대해 박식한 베테랑 반려견 훈련사들도 개물림 사고를 종종 당한다.

최근 반려견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개물림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펫티켓’을 지키는 문화가 필요하다. 선진 반려견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면 가급적 계단을 이용해서 다닌다. 반려견으로 인해 이웃 주민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반면 우리나라 반려견 보호자 중 일부는 엘리베이터 이용 시 반려견을 데리고 중간 자리를 차지하며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괜찮아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오히려 겁에 질린 이웃 주민은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피신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개는 넓은 아파트를 좋아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개에게 넓은 공간을 마련해 주면 개가 마음껏 뛰어다니고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동을 하는 조건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주의 개념에서 본다면 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는 영역 수호와 방어본능이 강한 동물이다. 개는 늑대의 후손으로 알려진다. 늑대는 몸을 보호할 때 작은 굴을 파서 몸을 넣고 앞만 감시하며 휴식을 취한다. 개는 거주하는 곳이 넓어지면 그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 온종일 돌아다니며 힘들어한다.

특히 요즘에는 개를 사람과 같이 취급하는 반려견 보호자들이 늘어난다. 개와 소파에서 뒹굴고 밥상도 같이 사용하고 심지어 침대도 허락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진정 개를 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과 개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인간과 개의 공간을 분별함은 서로를 위해서 필요하다. 이것이 개와 인간이 함께 오래 지낼 수 있는 비결이다.



▶개는 안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개를 안고 다니는 것을 넘어 유모차에 태우는 시대이다. 개가 아픈 경우나 노견인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지만 이러한 행동은 개에게 여러모로 좋지 않다.

개를 사랑해서 무작정 안아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순전히 인간으로서 바라본 관점이다. 개는 걸어 다니면서 노즈워킹(후각을 사용해 주위 환경을 알아가면서 걷기)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개의 배변 냄새도 맡고, 땅 냄새도 맡아 가면서 걷는 것이 건강에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 개가 달라졌어요?

일부 방송을 통해 말썽만 부리던 개가 훈련사의 손을 통해 금방 멋지고 착한 개로 변신하는 모습이 종종 비친다. 하지만 개의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하거나 훈련에 실패하는 모습은 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개의 훈련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 훈련사를 통해 평균적으로 2~3개월은 지나야 하며, 훈련의 성과를 보지 못하는 개도 많다.

하지만 방송만 보고 ‘나도 강아지를 키우면 금방 훈련도 잘 시키고 예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짧은 시간 안에 훈련의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개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짜증을 많이 낸다. 그런 과정에서 개와 사람 사이는 틀어지게 된다.

사실 반려견을 키우는 데 있어서 훈련보다 개와 사람 간의 라포(교감) 형성이 더 중요하다. 개가 사람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분위기와 억양을 알아챈다. 개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도 친근하고 다정스럽게 대해줘야 한다.

개를 키우다 보면 예쁘고 귀여운 시기는 금방 지나간다. 남은 많은 시간이 개로 인해 힘들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여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