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담·음악공연으로 반응 좋아
- “누군갈 치유할 사람 되길” 당부

“여러분 중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나중에 누군가를 치유할 사람이 되길 바라요.” 5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중학교 강당에서 김은주(여·31) 씨가 당부의 말을 끝으로 ‘우리의 꿈’을 부르기 시작하자 1학년 학생 100여 명은 환호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정규웅 경위와 버스커 김은주 씨가 5일 해운대구 반송중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김 씨는 케이블 채널의 일반인 참여 음악 프로그램에 ‘파도 고음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버스커(거리 공연가)이다. 그는 과거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을 거의 쓰지 못하게 돼 좌절에 빠졌으나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는 ‘해운대 별보기’라는 이름으로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해운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인 정규웅 경위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교육인 ‘톡앤송’에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이날 강의에 나섰다. 정 경위 역시 8년 전 공황장애를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받았으나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정 경위는 “고난 속에서 음악으로 주변 사람을 치유하고 싶다는 김 씨의 사연을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합동 강의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고교를 중퇴하고 교통사고를 당해 실의에 빠졌으나, 끝내 이를 극복한 사연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이가 있느냐’고 물어도 손을 들 친구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피해를 당했다면 누군가를 치유해줄 사람이 되길 바란다. 상처가 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5년, 10년 전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외면하고, 오히려 괴롭히던 친구들이 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뒤 연락을 해온다”면서 “여러분 곁의 친구들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서로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씨에 앞서 정 경위도 학교폭력을 당한 뒤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든 일이 많다. 하지만 힘들다고 무조건 죽어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아니오”라고 답하자 정 경위는 “아저씨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두 딸을 생각하며 이겨냈다. 도움이 필요할 때 117(학교폭력 상담 전화)로 신고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노래를 끝으로 강의가 모두 끝났지만, 학생들은 강당을 떠나지 않고 김 씨에게 사인을 받았다.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해 환경도 바뀌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는데, 강의를 듣고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경위와 김 씨는 오는 10월 말까지 각 학교와 좌3동 청소년경찰학교에서 강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