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를 ‘평화의 소녀상’ 관리 책임자로 규정하는 조례가 최근 시의회를 통과(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9면 보도)했지만 시가 현실성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어 소녀상이 또다시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부산시는 지난달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가 개정된 이후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관리 방안을 찾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하지만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과는 “실질적 관리가 어렵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가 소녀상을 관리하려면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받고 ▷설치 단체가 시에 기부채납을 한 뒤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첫 단계인 점용 허가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소녀상이 점용 허가를 받으려면 도로법 시행령의 구체적 내용을 지자체 조례로 규정해야 한다. 법 시행령의 ‘도로 안전 및 교통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공작물’에 소녀상 같은 조형물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이렇게 되면, 도로변에 조형물을 세우려는 또 다른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또 소녀상 설치 단체는 시가 소녀상 위치를 옮길 것을 우려해 기부채납을 거부하고 있다.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도 보인다. 소녀상 담당 부서는 시 여성가족과지만, 도로법 시행령 개정은 도로계획과 소관이다. 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도로계획과가 나서지 않으면 조례 개정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소녀상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던 시의회 김민정 의원은 “‘역사 관련 조형물’에 한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동구의회가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시가 동구를 관리 주체로 위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