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딸기학교로 통학하며 농사법 배워
- 초기 250여 평 심은 모종 절반이 고사
- 작목반 가입·양산 농기센터서 기술 습득
- 선배에 조언 얻고 영농일지 꼼꼼히 써
- 농약 안 쓰는 유기농법으로 재배 차별화
-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정부서 품질 인증

- “초기비용 예상보다 1.5배는 더 들 것
- 인적 네트워크 탄탄하면 정착에 도움
- 도시 근교 편리하나 임대료 높아 주의”

사람들이 귀촌이나 귀농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더는 견딜 수 없거나, 예전부터 농촌 생활을 동경해왔거나. 경남 양산시 물금읍 화제리에서 딸기농사를 하는 순이네 농장 서영준(42) 대표는 5년 전 부친 사망을 계기로 귀농을 결심하고 양산에 정착했다. 서 대표는 “부친이 사망하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아등바등 산다고 특별히 나아지는 게 뭐가 있겠느냐는 근본적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10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화제리 순이네 농장에서 공동대표인 서영준(왼쪽), 이영순 씨 부부가 딸기를 손질하고 있다.

■ 부친 사망 계기 귀농 결심

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부산의 한 토건회사에서 근무했다. 이 회사는 도시철도 건설 등 토목과 건축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였다. 그래서 서 대표는 전국의 현장을 돌며 근무해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았고 이는 농촌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다.

이런 차에 부친의 사망은 귀농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아내 이영순(36) 대표 역시 남편 서 대표의 귀농 제안에 선뜻 동의해 2014년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로 귀촌했다. 처음에는 펜션을 빌려 임대업을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펜션업을 접고 3년 전 지금의 장소로 이주해 딸기농사를 짓게됐다.

서 대표는 경남 거창군의 딸기학교(봉농장)로 통학하며 농사법을 배웠다.

그는 딸기 농사를 시작한 이유를 “딸기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실패에도 좌절 대신 유기농 차별화

	서영준 대표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1~2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는 “초반에는 200~2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3동에 심은 딸기 모종 절반 가량이 고사했다. 엄청난 적자를 봐서 심적 고통도 컸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양산 딸기작목반(반장 김창선)에 가입해 선배 농민들을 찾아 자문을 구하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딸기공부에 전념했다. 양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관련 정보와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딸기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딸기는 모종 선택과 함께 적정한 온습도 유지 등 관리가 중요하다. 온습도 관리가 부실하면 수정이 안 돼 딸기 열매가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 딸기농사를 망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초보 농부 티를 어느 정도 벗은 지금도 서 대표는 “딸기농사는 지을수록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3년 차인 올해는 적자는 면할 것으로 보여 서 대표 부부는 고무된 상태다. 서 대표는 “올해는 열매가 종전보다 많이 열려 종전보다는 매출이 나을 것 같다”며 “경험과 경륜이 조금씩 쌓이면서 결실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자신감이 붙자 내년에는 딸기 재배면적을 늘리고 다른 작목도 재배하는 등 영농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 대표의 딸기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재배된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GAP(유기농 재배), 양산시로부터는 우수 농산물 표시인 ‘수’ 인증을 각각 받았다. 당도가 높고 향도 좋아 품질 면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다. 서 대표는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재배를 하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서 대표 부부는 영농일지를 기록하는데, 여기에는 유기농약 살포일 및 살포량 등 주요 사항이 빠짐 없이 적혀 있다. 유기농 재배를 입증하는 자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환경 농작물 재배에 대한 확신의 표시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동경보다 신중함 앞서야

서 대표 농장이 있는 원동면 화제리는 딸기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서 있는 딸기 집산지이다. 인근에 낙동강이 있어 딸기 농사에 중요한 물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심해 당도 높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어 좋은 입지여건을 갖췄다. 부산, 울산 등 대도시와 가까워 판로 확보가 용이한 점도 장점이다. 반면 이러한 이점으로 임대료와 매매가가 높아 많은 땅을 구하기 힘든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서 대표는 귀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초기 비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1.5배 이상 더 든다고 생각하고 자금확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또 사전 충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조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처음에는 동네 어른들 성격을 잘 몰라 현지 적응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는 등 살갑게 행동하니 좋아하고 잘 받아주었다”며 “이런 덕분에 딸기 농사법도 빠른 시일에 터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겸손하고 인사성이 밝아야 현지 주민과 빨리 동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 대표는 “직장생활 때처럼 쫓기듯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게 농촌생활의 좋은 점인 것 같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막연한 동경심으로 귀농을 선택하면 큰 낭패를 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동, 산청 등 농촌지역과 양산 등 도시근교 지역은 장단점이 있어 신중하게 귀농지역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부인인 이영순 대표는 “여름밤이면 청정한 별과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화제리는 물금신도시와 가까워 19개월 된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데도 어려움은 없다”고도 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