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정신질환자 낙인 없기를…”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담당 의사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진료 도중 담당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박모(30)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박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이 병원 임세원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임 교수가 진료실 밖으로 몸을 피하자 뒤쫓아 가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경찰 조사 결과 임 교수는 자신의 진료실 옆 다른 진료실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간 뒤 복도로 빠져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 교수는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뒤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간호가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바라보다가 박 씨가 다가오자 다시 달아났다”면서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7시30분께 끝내 숨졌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은 시인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유치돼 있던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는 “왜 (의사를) 죽였느냐” “원한이 있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박 씨는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를 앓아 입원치료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박 씨가 계획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무게를 두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정실진환자가 편히 치료받을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 교수의 동생인 임세희 씨는 이날 임 교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의 자랑이었던 임세원 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 안전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