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정부의 김해신공항 사업에 전면적인 반대 견해를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산시의회와 부산상공회의소도 정부를 향해 반발하는 등 지역 여론이 들끓자 시가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는 21일 오전 7시30분 시청에서 부산발전연구원과 함께 동남권 관문공항을 주제로 부산정책포럼을 연다. 이 자리엔 오거돈 시장을 비롯해 4급 이상 간부 120여 명 전원이 참석한다. 이날 포럼은 사실상 동남권 관문공항과 관련해 시의 정책과 대정부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는 자리로, 시가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단체행동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날 포럼에선 부산 울산 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김해신공항 건설이 왜 불가능한가’를 핵심 내용으로 발제한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계획 중인 김해신공항은 활주로 확장이 불가능하고 소음과 안전 문제, 영남권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포럼 직후 시의회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시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설명한 뒤 시의회와 함께 대정부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 상공계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내년 10대 핵심사업 중 1순위로 정해 ‘김해신공항 건설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상의는 내년 2월 신공항추진시민단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보고하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여론 수렴과 시민운동을 재개한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24시간 운영하고, 물류와 연계할 수 있는 곳은 가덕도밖에 없다”며 “상공인 의견을 모아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가덕도 신공항 카드에 대해 “현재로서는 국토부 계획의 문제점을 짚어나가는 등 검증단과 공조하겠다”며 말을 아낀다. 하지만 시 안팎에선 오 시장이 내년 초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낼 것으로 판단한다. 오 시장은 전날 국토부 2차관을 만나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김해신공항은 절대 안 된다”며 “국토부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의 추진 방향에 문제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건 울산 경남도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 시는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자는 지역 여론을 충분히 경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