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까지 별 탈 없이 진행되다
- 예산부족 이유로 증축 결정

- 일부 주민 공청회 등 생략 반발
- 남구 “재검토안 의견 수렴 예정”

부산 남구가 새 건물을 지어 낡고 좁은 보건소를 옮기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2016년 이미 계획을 발표해놓고 이를 뒤집을 땐 주민에게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아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구는 대연동 민방위훈련장 부지에 복합청사를 건립해 현재 보건소를 통합 이전하는 기존 계획 대신 지금의 보건소를 증축해 사용하는 재검토안을 최근 구의회에 상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검토안이 구의회를 통과하면 보건소와 민방위교육장을 통합하는 계획은 무효화된다. 또 이를 대체해 보건소와 민방위교육장을 각각 리모델링하는 새 계획이 추진된다.

남구는 애초 2016년 6월 복합청사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보건소와 민방위교육장 모두 비상상황 발생 때 대피 시설로 쓰이므로, 한 건물에 통합하면 상호보완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또 2020년까지 보건행정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보건소가 오래되고 협소해 새 건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그러나 남구가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면서 이 같은 취지는 무색해졌다.

남구는 복합청사 건립 예산이 기본계획 수립 당시 116억 원이었지만, 실제 176억9000만 원으로 60억9000만 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돼 계획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구는 지난해 5월 사업 기간이 늘어나 예산이 148억8000만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복합청사 건립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또 지난해 말에는 건립 예산을 153억 원가량으로 더 늘려 ‘2018~2022년 중기재정계획’을 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구는 지난 7월 박재범 구청장의 지시로 방향을 급선회했고, 결국 지난 10월 5일 복합청사 건립 예산을 또다시 176억9000만 원으로 올려 잡으면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계획을 취소했다.

특히 남구는 지난 10월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정하고도 지금까지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보건소 확장 이전을 기대하던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복합청사 신축 예정지 인근 주민 A 씨는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보건소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전임 구청장이 계획한 사업이라고 마음대로 뒤집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답한 주민들은 다음 주 내로 지역 국회의원과 구의원을 초청해 자체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남구 측은 “재검토안이 마련됐으므로 앞으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민방위훈련장 부지로 복합청사를 신축해 보건소를 이전하는 방안은 지반 문제로 공사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돼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류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