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측 이전 제안에 동의
- 기념관에 추모공간도 계획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진 부산대 열사들의 추모비가 앞으로 들어설 부마민주항쟁 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부산대는 열사들의 뜻을 기리고 실천하는 공간을 만들어 후대에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부산대는 2020년 이후 부마민주항쟁 기념관이 건립되면 교내 새벽벌도서관 앞 민주열사들의 추모비를 기념관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현재 새벽벌도서관 앞에는 양영진 정행구 장재완 열사의 추모비와 신용길 선생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부산대의 이 같은 계획은 양 열사의 누나 해순(56) 씨의 기부에서 시작됐다. 해순 씨는 지난달 1일 재단법인 부산대학교발전기금에 1000만 원을 출연했다. 지난 8월 24일 학위 수여식에서 양 열사를 대신해 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학위 수여식에서는 양 열사와 장 열사가 30여 년 만에 졸업장을 받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었다.

애초 해순 씨는 동생을 포함한 민주열사들의 추모비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데 출연금을 써주길 바랐다. 양 열사의 추모 시비에 새겨진 글씨가 많이 헤진 데다 주위에 잡초와 수목이 우거져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대는 해순 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부산대는 2020년 이후 부마민주항쟁 기념관이 생기면 양 열사를 포함한 민주열사들의 추모비를 이곳으로 옮기는 데 출연금을 사용하자고 의견을 냈다.

해순 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동생을 비롯해 이 땅의 민주주의에 밑거름이 된 열사들이 후대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부산대의 의지를 봤기 때문이다. 해순 씨는 “과거 열사들의 가족은 이들을 기억해 달라는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웠다. 한 몸 바쳐 민주주의를 싹틔운 열사들이 잊히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며 “부산대가 열사들을 기리는 데 동참하겠다니 기쁘다. 열사들의 피가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추가 모금을 통해 기념관에 열사들의 자료실 등 기념 공간도 꾸리기로 했다. 부산대학교발전기금 하대인 기금조성본부장은 “현재 10·16기념관은 사실상 행사장으로 전락해 부마민주항쟁을 기린다는 제 뜻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후세들이 열사들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데 출연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열사는 1967년 3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987년 부산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88년 8월 입대한 뒤 동포에게 총을 겨눌 수는 없다는 소신에 괴로워하다 그해 10월 “조국 산하에 실하디실하게 뿌리 박은 진달래가 되려 한다”는 유서를 남긴 채 부산대 재료관에서 투신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