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발적’ 인정되면 감형 가능
- 신상공개 국민청원 40만 돌파

경남 거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50대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20대 남성이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를 주장하면서 범죄 계획성은 부인했다.

2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이용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 A(20) 씨의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애초에 A 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말이다.

재판부가 A 씨에게 “변호인의 의견처럼 미필적 고의는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는 검찰의 주장과 다르다는 것이냐”고 묻자 A 씨는 짧게 “네”라고 답했다.

애초 이 사건은 살인죄 적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 씨의 진술을 경찰이 받아들여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CTV에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자 A 씨는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A 씨가 재판부에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면서 선처를 호소한 상황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살해 동기를 둘러싸고는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A 씨가 평소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력성을 보이는 등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왜소한 피해자를 상대로 우울감을 해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A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와 어떠한 원한도 없고 피고인의 성장 과정 등을 보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A 씨 측이 범행 동기를 부인하는 이유는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죄로 판단하면 감형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검찰은 사고 현장 목격자를, A 씨의 변호인은 A 씨의 지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7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 씨는 지난달 4일 새벽 2시30분께 경남 거제시에 있는 한 선착장 길가에서 50대 여성을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취 감경’ 없이 A 씨를 엄벌하고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국민청원에 4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