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0만~1억5000만 원씩 배상

일제 시절 강제징용되거나 여자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피해자가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는 소송을 제기한 지 18년,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6년 만에 확정 판결로 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정창희(95)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정 할아버지 등은 8000만 원 배상을 받게 됐지만, 나머지 5명은 소송이 길어지면서 모두 세상을 떠나 기다리던 판결을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1944년 일본 히로시마 옛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한 정 할아버지 등은 2000년 5월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 기간에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이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의 주장은 신의성실의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듬해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최종 선고는 2013년 재상고된 지 5년 만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일 외교관계를 의식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이른바 ‘재판 거래’ 때문에 고의로 재판이 지연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같은 시각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양금덕(87)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중노동을 한 양 할머니 등은 1999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가 2008년 패소했다. 이후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한일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고, 미쓰비시가 소멸 시효 완성을 주장해 배상 책임을 거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 할머니 등은 1억∼1억5000만 원씩 배상받게 됐다.

이 소송 역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까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면서 원고인 김중곤(94) 박해옥(88) 이동련(88) 할머니는 병환으로 입원하고, 김성주(89) 양금덕(87) 할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더딘 재판 과정을 지켜봐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