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宋시장 한달 전 추진 밝혔다가
- 보조사업비 20억 원 전액삭감
- 대신 대왕암에 설치 시사 파장

울산시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송철호 시장이 18년간 번복을 거듭한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불과 한 달 전 밝혔지만, 최근에 대왕암 해상케이블카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자 행복 케이블카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일관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다.

울산시는 최근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설치 울주군 보조사업비’ 20억 원을 전액 삭감한 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예산은 케이블카 사업이 착공되면 초기 공사와 보상에 사용하려고 민선 6기 때 책정한 것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송철호 시장은 애초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검토 끝에 지난 8월 2차 추경 때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케이블카 노선만 복합웰컴센터~간월재 동축(1.85㎞)에서 복합웰컴센터~간월재 휴게소로 변경해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지난 8월 초 시정소통 회의 때 행복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째인 지난 8일에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노선만 마련되면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송 시장은 지난주에는 조선업 위기로 침체된 동구의 경제를 살리려고 대왕암공원에 해상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시가 한 푼도 쓰지 않은 행복 케이블카 예산을 삭감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가 행복 케이블카를 포기하는 대신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기로 한 것인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추경에서 행복케이블카 예산을 삭감한 것은 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진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자고나면 바뀌는 시의 케이블카 정책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행복 케이블카를 설치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시의 행보는 행복 케이블카를 포기하고 해상케이블카로 전환하려는 것”이라며 “울주군이 추진하는 ‘울산 산악관광’사업의 핵심이 행복 케이블카 설치인데,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울산시의회 고호근 의원은 “산과 바다에 동시에 케이블카를 만들 예산이 없다. 한 곳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