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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58> 김해 장유 대청계곡 누리길

신도시 속에 V자 계곡… 출렁다리 건너니 원시림 가을이 열린다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  |  입력 : 2018-11-18 19:48:3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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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동교·대청계곡 상류 잇는 2㎞
- 예술인촌과 유럽식 주택 몰려
- 출렁다리 밑 물줄기는 한 폭 그림
- 형형색색 단풍나무 군락 교태
- 장유계곡 진입할 때가 최고 비경

경남 김해시 장유 신도시는 중심 시가지와 뚝 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다소 목가적인 분위기다. 지척에 벼 이삭이 출렁이는 김해평야가 있고 불모산 자락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신도시 중심부에 사시사철 흐른다. 장유는 살아 숨 쉬는 대자연을 벗 삼은 전원도시다.
   
장유계곡의 원시림에 들어가기 전 만날 수 있는 인공폭포와 물레방아의 모습. 다리를 건너면 암벽에 매달려 고도를 높여가는 산책로가 나온다.
최근 이 곳에 대청계곡 누리길이 생겼다. 누리길은 대청천 발원지인 불모산 자락의 턱 밑까지 향하는 길이다. 졸졸 흐르던 물은 울창한 원시림에 가까워지면 협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를 키워 진군나팔 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누리길을 따라 30분만 걸으면 도심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원시림을 만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예술, 문화 향기 그윽한 둘레길

   
이 둘레길은 대형 찜질방이 들어서 있는 계동교 아래에서 시작돼 대청계곡 상류를 향해 뻗어 있다. 강을 따라가면 아파트 일색이었던 풍경은 거짓말처럼 폭 20~30m에 V자형으로 발달한 계곡과 산림지대로 바뀐다. 잠시 둘레길에 멈춰서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바닥까지 거리가 까마득하다. 김해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칭은 이래서 붙여졌나 보다.

입구에서 출발한 지 3분여 만에 계곡 옆에 2~3층 높이의 아담한 상가 건물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2층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장구 소리는 탐방객의 발걸음을 신명 나게 한다. 1층에는 도자기 체험 공방과 갤러리가 잇따라 문을 연 채 탐방객들을 반긴다. 공방 내부는 도자기를 빚는 주부 회원들로 이미 만원이다. 2~3년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는 일명 장유 예술인촌이다.

쌀쌀해진 바람이 머리칼을 날릴 무렵, 유럽에서나 볼 법한 프로방스식 주택들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풍광에 그에 걸맞은 보금자리가 형성된 셈이다. 한 주택 텃밭에서는 채 수확되지 않은 빨간 고추며 황금색을 띤 늙은 호박들이 탐방객들에게 넉넉한 미소를 던진다. 이곳 주변에는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둘레길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원시의 계곡의 터줏대감 출렁다리

   
대청천 위 설치된 흔들다리.
출발한 지 10분이 지나면 강을 건너는 43.5m 길이의 출렁다리가 탐방객을 맞는다. 다리의 중간지점에 이르자 출렁다리는 좌우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초심자들은 조심히 건너지만 익숙한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흔들다리’의 묘미를 만끽한다. 흔들리는 다리 아래에서 흐르는 계류는 우렁찬 소리와 흰색 물거품을 일으켜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다리를 건너면 숲이 울창해진다. 아름드리 숲의 송진 냄새가 코를 찌르고, 둘레길 곳곳에 선 참나무들은 발밑에 도토리를 가을 낙엽처럼 떨궈놓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자연은 이파리도, 열매도 모두 내려놓은 채 몸을 가볍게 하느라 부산했다. 곧 몰아칠 매서운 한파에 대비하고 한 뼘의 욕심도 없이 긴 동면에 들기 위함이리라.

출렁다리를 지나서부터는 가로등이 없어 야간에 보행하기 쉽지 않다. 길을 만든 김해시가 한밤중 야생동물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이다.

김해시 이명우 도시계획과장은 “출렁다리를 건너서부터는 야생동물의 영역이다. 최대한 자연을 배려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둘레길 바닥도 흙이나 자갈을 깔아 인위적인 시설 설치를 자제했다”라고 들려줬다.

■넉넉한 자연의 품속에 빠지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숲속은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잎을 떨군 나목(裸木)도 있고, 키 큰 느티나무들은 담홍색 낙엽을 털어내고 있다. 그 옆의 단풍나무 군락은 떠나가는 가을이 야속한 듯 장미꽃보다 더 붉게 물든 채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상점거리 부근의 인공폭포와 작은 교량을 지난 둘레길은 대청계곡에서 장유계곡으로 바뀐다. 이 산의 8부 능선 자락에 있는 장유사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2000년 전 가야 시대 때 인도에서 시집온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절집이다.

둘레길은 여기서부터 비경으로 들어간다. 덱으로 만들어진 둘레길은 오른쪽 암벽에 매달린 채 고도를 높인다. 잠시 멈춰서 내려다본 발아래 계곡이 까마득하다. 목적지인 장유 계곡의 작은 폭포를 돌아 나오면 얼굴이며 손은 어느새 단풍잎처럼 빨갛게 물든다.

박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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