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본부는 현행 아날로그 방식의 무전기를 내년까지 전량 디지털 무전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아날로그 방식은 시신 선점을 노린 장례업체의 도청을 막을 수 없었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도청이 불가능하다.

부산소방본부는 아날로그 무전기 전량을 내년까지 디지털 무전기로 교체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9월 말 기준 부산소방본부가 보유한 무전기 2207대 중 822대(37%)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소방본부는 올해 276대, 내년 546대를 디지털 무전기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 새 무선망과 제어장치 설비 등을 완료하면 디지털 무전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다.

아날로그 무전기는 장례업자 등의 불법 도청에 취약하다. 주파수 탐색 기능이 있는 장비를 이용해 소방서가 사용하는 주파수와 맞추기만 하면 도청이 가능하다. 지난 8월에는 3년6개월 동안 119구급 무전망을 도청하고 시신 운구와 장례를 선점해 6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8월에도 2년 동안 같은 수법으로 45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 되기도 했다.

부산소방본부는 도청을 막으려고 전국 최초로 아날로그 신호를 왜곡시켰다가 다시 복원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도 사용했지만, 기술 불안정성 때문에 사용을 중단해 도청 위험에 계속 노출됐다. 하지만 디지털 무전기는 동일 기종의 무전기로 주파수를 맞추더라도 소방서가 고유의 키를 부여한 무전기가 아니면 도청이 불가능하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디지털 무전기는 ‘지휘관 우선 말하기’ 기능이 있어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가 가능하다. GPS 위치 추적 기능도 있어 현장 소방관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