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시교육청의 종합감사는 회계 분야에 국한되는 유치원과는 달리 회계, 학사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진행된다. 따라서 감사 결과 지적되는 분야도 광범위하다. 초중고교는 사립이라 할지라도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고, 일찌감치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해 회계 부정 사례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교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하면서 별도의 수당을 받아가거나 학생들의 성적과 직결되는 수행평가, 시험 문제 관리 등을 소홀하게 해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물품구매, 수학여행을 비롯한 체험학습 계약, 각종 계약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 교직원 채용과정에서의 불공정성 시비는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그 많은 회수금은 어디서 왔나
감사에서 지적된 회수 조치 대부분은 교직원 수당, 업무추진비 항목에 해당된다. ‘부산시교육청 2018학년도 공립 유·초·중·고·특수학교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르면 수당규정이나 조례상 명확한 지급 근거가 없이 개인에게 수당 성격으로 지급하는 예산은 편성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가 임의로 수당 항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급했다가 회수당한 경우가 허다하다. 부산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등하교 지도나 자율학습 지도 등 교사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업무를 하면서 수당을 지급했다가 회수 조치가 내려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혜화초등학교는 교사 9명에게 특기적성 관리수당을 명목으로 3450만 원을 지급했으며, 부산동고는 2014~2015년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예산을 교육성 활동경비로 집행하지 않고 영어듣기 감독 수당으로 4212만 원을 지급했다가 회수 조치됐다. 동아고도 2011~2014학년도에 자율학습 지도 수당, 멘토링 운영 지도수당 등 2180만 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해 수당을 부적정하게 지급해 2696만5000원을 회수 당했다.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된 학교 중 일부도 목적에 맞게 예산을 쓰지 않아 지적당하기도 했다.
●0점 아니면 만점
수행평가와 학교 시험과 관련해 지적된 사례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많다. 특히 고등학교는 대입과 연계될 수도 있어 더욱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동인고는 2014~2015학년도 3학년 과학 과목 수행평가를 실시하면서 평가대상 554명 전원에게 만점(100점)을 부여했다. 동주여고도 2016학년도 수행평가를 실시하면서 특정 영역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만점을 부여해 평가의 변별도를 떨어뜨려 주의 처분을 받았다. 다선중학교는 2017학년도 수행평가 때 일부 영역에서 거의 만점을 부여해 평균이 각각 99점, 98.9점이 나왔다.
시험문제 난이도 조절을 못하거나 과거 문제를 그대로 내 지적을 당한 경우도 있다. 감천중은 2012학년도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체육 지필평가를 하면서 2011년에 출제됐던 29개 문항 중 11개 문항을 그대로 출제했다가 지적을 당했다. 양정고는 2014학년도 2학년 1학기 서술형평가를 실시하면서 과학과 2개반 63명 중 23명이 0점을 받았고, 사회탐구 과목은 2개반 55명 중 35명이 0점을 받는 등 변별도 제고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강고는 2015학년도 3학년 2학기 국어과 교과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면서 단계별 점수를 반영하지 않아 평가대상 학생 196명 중 1명만 25점, 나머지 195명은 0점을 부여해 주의 처분을 받았다.
●병가내고 해외여행
교원 복무와 관련해선 ‘연가’를 사용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을 ‘연수’로 신청해 적발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학기간 연가를 따로 신청해야 하는 지 몰라 단순 실수인 경우도 있으나 일부는 일수가 한정적인 연가를 아끼고 대신 연수나 특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초 한 교사는 지난 2013년 부산교대 연수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놓고 이 기간 연수를 이수하지 않고 개인 사유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가 적발됐다. 이 교사는 연수에 따른 출장비도 수령했다.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삼성여고 A교사는 지난 2013년 성대결절로 병가를 허가받아놓고 병가 기간 중 12일간 해외여행을 갔다가 적발됐다. 성심보건고 B교사는 2014년 급성기관지염 치료 등을 사유로 병가를 신청했지만 이 기간 남편과 함께 네덜란드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허술한 교직원 채용과 계약
대저고는 2017학년도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로 1명이 감봉, 1명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 1차 서류전형에선 학교장과 교감이 임의로 서류를 심사하고, 2차 시험에선 당초 공고와 다르게 수업 시연 없이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명여고는 2015~2018학년도에 14명의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면서 채용 시 생략할 수 없는 수업실연은 하지 않고 서류와 면접만으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남도여중은 2016년 행정직 6급을 채용하면서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이라 공고했음에도 1명만 접수하자 세부절차 없이 하교 법인 이사회에서 채용했다가 지적을 당했다.
가야고는 2013년 결원에 따른 기간제 교원 대체 인력을 임용하면서 공고를 낸 시점보다 한달 전 이미 임용을 해 지급을 하고 있던 점이 적발됐다. 또 2013~2016학년도에 기간제 교사와 강사, 학교회계직원을 임용하면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았거나 지연조회해 1명이 중징계, 3명이 주의 처분을 받고 300만7480원은 회수 조치를 당했다. 가야고 처럼 기간제 교사 등을 채용하면서 범죄경력 등 결격사유를 조회하지 않아 주의 처분을 받은 학교도 많다. 시교육청 이일권 감사관은 “사립학교의 경우 친인척 채용이나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서의 부정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품과 체험학습 계약과정에서의 절차 미준수도 도마에 올랐다. 1000만 원 이상 물품을 구매할때는 물품구매선정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수학여행 차량 등이 계약서와 달랐지만 이를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식이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