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증자 허락 필요·보수 측 반발
- 해당 학교들 철거에 난색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일부 초등학교에 남아 있는 ‘이승복 동상’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인다. 보수 진영에서 이승복 동상이 오랫동안 ‘반공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반대로 노 교육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보혁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이승복 동상

6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노 교육감은 지난 5일 간부회의에서 “초등학교를 방문해 보니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복은 1968년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공비들에게 가족과 함께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당시 한 일간지에 보도됐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보도되는 대한뉴스에선 “공산당이 싫다는 말을 했다고 어린이(당시 초등 2학년)를 돌로 때리고 입을 찢어 죽인 만행”이라며 일가족 시신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반공교육 소재로 널리 활용됐다. 이승복은 반공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유신이 선포된 1972년 이후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이승복 동상이 세워졌다. 1982년엔 이승복이 다녔던 학교(강원도 평창군 속사초등 계방분교)가 이승복기념관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1992년부터 시작된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이승복과 관련한 내용이 교과서에서 빠졌다.

하지만 전국 일부 초등학교엔 여전히 이승복 동상이 세워져 있다. 울산은 강남·복산·태화초등학교 등 모두 12곳에 이승복 동상이 있다.

노 교육감의 지시에도 이승복 동상을 무작정 철거하기는 쉽지 않다. 보수 진영에서 “굳이 동상을 철거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법원에서도 ‘이승복이 북한 공비에게 살해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실제로 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역사교육의 소재로 활용하면 된다. 진보 교육감이 철거를 강행하면 논란과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고 반발했다.

이승복 동상 대부분이 개인이 기증한 것이란 점도 철거에 걸림돌이다. 이승복 동상이 설치된 일부 학교는 “기증자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당장 철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게다가 동상을 기부받은 시점이 40여 년 전이라 기증자의 소재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동상 기증자를 찾기도 어렵지만, 생존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렇다고 동의 없이 철거했다가 기증자 후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