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센터 민간위탁’ 놓고

- 공무원노조와 갈등 빚어

- 오 시장 “할 일 많다” 반려

취임 후 줄곧 부산시정의 변화·혁신을 추진해온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를 달갑지 않게 여겨온 공무원 조직이 정면충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 시장의 ‘오른팔’이자 변화를 주도해온 박태수 정책특보의 사직서 제출로 표면화했다.

박 특보는 29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부산시청 인터넷 게시판에 “어제 시장께 사퇴서를 드렸다. 이제 정책특보 직을 내려놓고 시민의 한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또 “역량이 부족했을지언정 의지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고 자부하는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에게 맹목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인해 최근 며칠간 치욕적인 삶을 보냈다”며 사직 결심을 굳힌 이유를 밝혔다.

인사권자인 오 시장은 박 특보의 사표를 반려했다. 또 오 시장은 이날 박 특보의 집으로 직접 찾아 가 그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오 시장은 “박 특보가 주로 갈등 사안을 다루면서 오해를 산 것 같다. 핵심 현안 및 정책의 지속성과 국비 확보 시급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공직사회의 반발로 간주했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서 “지난 14년간 부산시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강하게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이에 따라 민선 7기 ‘오거돈호’는 출발부터 삐걱거릴 위기에 놓였다.

박 특보의 사의 표명은 낙동강에코센터 민간위탁을 둘러싼 공무원노조와의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 “시 사업소인 낙동강에코센터 민간위탁 건을 권한도 없는 정책특보가 주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박 특보는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노조가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저의 문제를 지적했고, 저는 별도의 공개토론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누구의 삶이든 이렇게 막무가내로 폄하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불쾌해했다. 박 특보는 “민선 7기 정부의 무게는 이렇게 내부를 흔들어 자중지란을 일으켜도 될 만큼 가볍지 않다. 23년 만에 바뀐 지방정권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무거운 선택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사퇴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사태가 이렇게 돼 유감이다”고 말했다.

박 특보는 오 시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할 때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오 시장과 함께 4번의 지방선거를 뛴 최측근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