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발 유럽행 대륙철도 개설 준비
- ‘새 시장’ 지린·헤이룽장성 주목해야

오거돈 부산시장이 4일 자주적 도시외교 강화를 선언한 것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도시 대 도시’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는 미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남북 해빙무드에 따른 남북경제협력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데다 부산은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시·종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있어 이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부산시는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도시외교 추진계획 수립 ▷신북방·남방시장 진출 및 남북 협력 선도 ▷도시외교 관련 인프라 확충 ▷도시외교정책 전략적 추진 체계 마련 등 4개 전략별로 14개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4일 오전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외교 비전과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신북방·신남방시대 주도한다

부산시는 무엇보다 지역발전 절호의 기회인 신북방·신남방 진출 및 남북 경협 사업을 선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신북방시대를 앞두고 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해외무역사무소를 신설하고, 부산과 북방도시 간 경협 사업을 확대한다. 훈춘~자루비노항~부산항~닝보항을 운항하는 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한·중·러 복합물류 루트를 활성화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시는 이 사업을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9개 브리지’ 사업에 발맞춰 북방 경협의 실크로드가 될 부산발 유럽행 대륙철도 개설도 준비한다. 동해북부선 복원으로 남북철도(TKR)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사람과 물류를 보낼 수 있다. TSR은 물론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 노선과도 연결돼 유럽과 아시아에 ‘철 실크로드’가 열리게 된다.

부산시는 신남방시대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한류를 활용한 소비재 시장 진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현재 중국과 일본 중심의 초광역권 사업을 아세안 일대로 확장한다. 아세안과 인도는 인구가 20억 명이 넘고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의 3.4배인 5조8000억 달러에 이르러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해외무역사무소를 추가해 남방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다.

■중국 북방 도시와 교류 빠져

하지만 부산이 남북 경협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특구를 공동 관리하는 중국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가령 북한 나진선봉경제특구의 중국 측 관리주체는 지린성인데 중국 북방 도시(지린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등 동북 3성)와의 교류협력 방안은 후순위로 밀렸다. 시는 동북 3성을 ‘국가별 집중교류 도시’(현재 시가 교류하는 36개 자매·우호협력도시 중 29곳)로 선정해놓긴 했으나, 이들 29곳 중 근거리 및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높아 밀도 높은 교류 관계를 유지할 7개 도시(상하이 닝보 오사카 후쿠오카 싱가포르 호찌민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빠져 있다. 인천이 최근 지자체로서 남북경협을 주도하기 위해 중국 랴오닝성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대비된다.

부산이 신북방시대를 개척하려면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인천이 선점한 랴오닝성을 제외하고 ‘새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