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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 바로 세우자 <9> 선진 교통문화 현장을 가다- 스위스 베른

강력한 도로안전 정책(스위스 교통정책 ‘비야 시큐라’) 드라이브 … 시민 “불편함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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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에선 보행자 안전 최우선
- 대중교통 먼저·양보운전 생활화
- “승용차 불편하면 대중교통 이용”

- 음주·난폭운전자 처벌 강화하고
- 과속시 최대 억대 벌금까지 부과
- 사고 중상자 5년새 470명 줄어

전국 9위. 부산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교통문화지수에서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통안전 부문은 4위로 준수한 편이었으나, 운전(16위) 보행행태(14위)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결국 ‘방향지시등 점등율 16위’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16위’ 등 기본적인 운전 매너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교통문화 바로 세우자’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국제신문은 스위스 베른과 일본 토요타의 선진 교통 문화를 소개한다. 스위스 베른은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 방안을 포함한 ‘비야 시큐라(Via Sicura·안전한 도로)’ 정책과 선진적인 시민 의식으로 유럽에서도 운전 매너가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고, 일본 토요타는 초소형 모빌리티 도입 추진으로 고령화로 인한 교통사고 비율을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달 초 스위스 베른 시내 도로에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와 자전거. 자전거 정지선이 일반 차량 정지선 보다 약 1m 앞에 그어져 있다. 박호걸 기자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달 초 스위스 베른의 외곽 지역. 왕복 2차로 도로를 건너려고 인도 가장자리에 서서 좌우를 확인했다. 약 100m 거리에 승용차 한 대가 보이길래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차는 더디게 오더니 내 앞에서 아예 서버린다. 당황한 나는 운전자를 쳐다봤다. 운전자가 손가락을 ‘까딱까닥’ 움직인다. 먼저 길을 건너라는 신호다.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고, 길을 서둘러 건넌 후 그 차를 돌아봤다. 운전자는 양보가 당연하다는 듯 내게 손바닥을 들어보인 후 유유히 다시 출발했다.
당황스러운 일은 또 있었다. 택시를 타고 시내 모처로 이동 중이었는데, 전방에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운 후 내가 진행 중이던 차로에 진입하기 위해 좌측 방향지시등을 켰다. 그러자 택시가 곧바로 멈췄다. 택시는 시내버스가 완전히 차로에 진입한 후에야 버스를 따라갔다. 뒤에 승용차들이 줄 지어서 정차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양보 운전은 자전거도 마찬가지였다. 차량으로 편도 1차로를 달릴 때 바로 앞에 자전거 한 대가 운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추월할 줄 알았던 택시는 한동안 자전거 뒤를 따라갔다. 자전거 운전자가 손을 오른쪽으로 들더니 우회전해 길을 빠져 나갔다. 그제서야 택시는 속도를 내면서 달려갔다. 교차로에는 아예 자전거 정지선이 승용차 정지선보다 약 1m 앞에 그어져 있었다.

승용차를 타면 시내로 들어가기도 어렵다. 베른은 시내 중심가 곳곳에 승용차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다. 이곳에는 시내버스·트램 등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물건을 내리기 위해 허가된 일부 차량만 지나다닐 수 있다. 일부 승용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시속 2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스위스 사람에 대한 경외심과 ‘부산 사람은 절대 스위스 베른에서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기는 이곳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한 가지는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직장인 니콜라스(40) 씨는 “규정이 승용차 운전자에게 불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편리하다는 소리다”며 “만약 지나치게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엄격한 ‘비야 시큐라’ 정책 추진

   
베른 중심지의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는 표시판과 자전거 주차장으로 베른 중심지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외에는 승용차 진입이 금지된 곳이 많다.
스위스의 교통 정책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연방정부는 5년 전부터 ‘비야 시큐라 정책’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주요 사고 지점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함과 동시에 규정을 어긴 운전자에게 엄정한 패널티를 부과한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도로에서는 시내버스·트램 등에 무조건 우선권을 부여했다. 만 12세 미만에 키가 150㎝ 미만인 어린이는 무조건 어린이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 스위스의 비야 시큐라 정책으로 2013년 269명이었던 교통 사망자는 지난해 230명으로, 같은 기간 4129명이었던 중상자는 3654명으로 줄었다.

모든 규정 위반에 대해 엄격하지만, 특히 음주와 난폭 운전자에게는 무자비하다. 스위스 정부는 5년 전 음주운전 처벌 기준 혈중알코올농도를 0.08%에서, 0.05%로 내렸다. 면허 취득 후 2년이 안된 초보운전자와, 택시·시내버스 기사 등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한 잔만 마셔도 처벌된다. 과속의 최소 벌금이 40스위스프랑(약 4만5000원)이지만, 과속 정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벌금이 올라간다. 가령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66㎞로 달렸다가 적발되면 250스위스프랑(28만 원)을 내야 한다.

‘라서(Raser)’라고 불리는 난폭운전자는 최대 징역살이를 각오해야 한다. 라서에 대한 정의도 꽤 구체적인데 자신의 차를 추월한 차를 다시 추월하면 난폭운전에 해당한다. 또 시속 30㎞ 구간에서 70㎞ 이상, 시속 50㎞ 구간에서 100㎞ 이상, 시속 80㎞ 구간에서 160㎞ 이상으로 과속해 달린 경우도 난폭운전에 해당한다. 난폭운전에 적발되면 최소 2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면허정지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적발되면 최소 10년간 면허정지, 또는 면허 취소가 결정된다. 재판을 받아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0년 스위스에서 한 라서가 페라리로 제한속도 시속 50㎞ 도로에서 시속 100㎞를, 제한 속도 시속 80㎞인 도로에서 140㎞로 달렸다가 재판을 받았다. 그는 법원에서 29만9000스위스프랑(약 3억4000만 원)을 벌금으로 선고 받았다. 이는 스위스가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달리 매기는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속도 위반이 심각하면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피고인의 소득을 하루치로 환산해 벌금을 정하고, 이를 재판에서 선고된 처벌 일수에 곱해 총 벌금이 정해진다.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벌금을 물게 돼 있는 것이다. 클라우디아(여·24) 씨도 “엄격한 규정이 불편할 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고지서가 날아올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사회적 단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나도 보행자고 내 친구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불편함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공동기획 : 국제신문·부산광역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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