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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10> 우리 곁에 온 통일:자랑스러운 부산시민으로 살아가는 탈북민

봉사자로, 사업가로 … 부산서 ‘통일 씨앗’ 심는 탈북민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26 19:04:35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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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3만여 명중 부산에 1100명
- 市, 남한 정착 지원 아끼지 않아

- 그들이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 한국민의 차별적 시선과 적대감

- 봉사단체 꾸려 독거노인 돌보고
- 고향서 익힌 예술로 공연 열고
- 북한음식 브랜드로 사업가 변신
- 도움받는 존재서 베푸는 삶으로
- 탈북민 먼저 ‘화합의 손’ 내밀어

북한에서 이주해 온 사람을 북한이탈주민이라 한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은 3만2000여 명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먼저 온 미래’ ‘통일의 마중물’로 불린다. 1990년대 말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량 탈북이 이뤄진 이후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국내 입국 탈북민 가운데 70% 이상이 여성으로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입국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 양상이 달라져 이미 입국한 탈북민이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탈북 동기 역시 단순히 배고픔보다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주된 요인이다.
남북한 통일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7일부터 1박2일간 부산서 열린 통일피란열차 행사 참가자들이 부산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남북한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다.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자유민 등 그들을 부르는 용어는 다양하다. 특정 사람을 구별 짓는 이러한 용어가 어쩌면 그들의 정체성 혼란과 정착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남한에 입국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여전히 ‘북한사람’이라는 용어로 구별되기도 한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경마공원인 부산렛츠런파크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탈북민 통일써니의 그림. 부평깡통야시장에서 두부밥을 팔던 모습.
분단 70여 년의 세월 동안 남북한 주민은 문화적인 차이가 커졌다.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다. 통일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우리 곁에 와 있는 북한 출신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고향과 북한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숱한 나날을 눈물로 지새우지만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미약하다. 탈북민 지원은 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부산에 살고 있는 탈북민의 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말 기준으로 1100여 명이다. 국내 입국 탈북민은 수도권을 선호한다. 실제 3만2000여 명의 탈북민 중 60% 이상이 이 지역에 거주한다. 부산도 한국 제2의 수도이자 바다를 인접한 도시로 탈북민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부산시는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과 제도를 아끼지 않는다. 부산시 여성가족과에서 시행 중인 ‘한지붕 한마음’ 사업은 탈북민의 지역 정착을 위한 모범 사례로 평가될 만큼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은 부산에 최초로 전입 온 북한이탈주민이 부산 시민의 가정에서 1박2일 동안 숙박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새 삶의 터전, 부산’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부산시민의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마련됐다. 탈북민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자 부산시민으로 살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은 ‘피란수도 부산’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말해준다.

또한 지난 17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통일피란열차 행사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남북한 통합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전국에서 모인 123명의 참가자를 위한 환영 행사와 공연은 부산시민으로 살아가는 탈북민의 무대로 채워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남북한 출신 대학생이 ‘엄마가 살던 고향은’이라는 제목으로 펼친 무용공연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북한이 고향인 강민주 학생은 “우리 엄마가 남한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저 때문이에요. 무용을 배우던 저의 미래를 위해 차디찬 강을 건넜죠”라고 말했다. 함께 공연을 한 김영주 학생은 부산이 고향이다. “내 친구 고향에 놀러가고 싶어요. 그날이 꼭 오겠죠”라고 말하는 민주의 꿈은 공연연출가다. “통일 되는 그날, 내 벗의 고향에서 그동안 수없이 그려보고 기획한 공연을 진행하고 싶다”는 영주의 각오가 당차다. 남북한 각자의 고향은 다르지만 하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두 대학생의 모습에서 통일의 희망을 발견한다.

■부산시민으로 살아가는 탈북민

차고은 씨가 북한 청봉체로 ‘통일’ 글자를 쓰고 있다.
‘통일희망봉사단’은 2011년 8월에 황현정 단장 외 23명으로 이뤄진 북한이탈주민 봉사단이다. ‘고향의 부모님’이 그리워 지역의 홀몸어르신을 찾아가 말벗이 돼드린 것을 시작으로 명절나눔 반찬만들기 북한음식나눔 북한문화공연 등을 통해 봉사한다. 북한이탈주민은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베풀며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자 한다. 통일의 희망씨앗이 멀리 퍼져나가 고향에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하나울림’은 평균 70세 이상 북한이탈주민으로 구성된 시니어 자조모임공연단이다. 북한 예술문화 봉사활동을 통해 남북한 통합의 장을 펼치고 있다. 북녘 내고향, 내 아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몸짓과 노래는 이제 남은 인생의 전부다. 소개 팸플릿 사진에는 얼굴이 가려져 있다. 아직도 고향에 남아 있는 자녀들 때문이다. 하루빨리 가족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해 본다.

‘통일써니’는 부산렛츠런파크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탈북민이다. 통일써니는 그녀의 이름을 빗대어 만든 브랜드다. 2016년 차디찬 겨울 처음으로 부산에 내려왔다. 남한 정착 1년도 되기 전에 부평동 깡통야시장에서 북한음식인 ‘두부밥’을 팔았다. 하루는 손님이 지나가며 “통일은 무슨, 북한사람인가봐”라고 말하기에 뛰쳐나가 그 손님을 붙들고 말했다. “저는 고향이 북쪽인 남한사람입니다”고. 북한음식을 통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그녀는 북한음식점을 열 계획 이다. “통일 되면 북한사람, 남한사람이라는 말도 사라질까요? 저에게 통일은 고향이 다른 남북한의 사람들이 함께 한솥밥을 먹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통일써니의 각오가 남다르다.

통일서예강사로 활동 중인 차고은 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 ‘청봉체’ 전수자다. 청봉체는 북한의 대표적 서체로 그녀의 붓끝에서 재연된다. 국내 서예대회에서 스타작가상 신인작가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명성이 자자하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차 씨는 12살 때부터 청봉체를 배웠다. 어린 시절 북한에서 배운 서예를 40대인 지금 한국에서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통일이란 주제가 무겁고 심각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통일, 그와 만날 날’ ‘통일! 그대는 봄인가? 어쩜 이리도 따사로운지’ ‘평양에서의 아침을’ 등 일상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삶과 연결한 글로 통일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글이 쓰이는 곳곳마다 통일의 마음들이 아로 새겨지길 꿈꾼다.

“북한 의사라고 하니까 친근감을 갖고 환자들도 좋아하더라고….” 한의사로 봉사하는 강유 단장은 북한에서 촉망받던 한의사였다. 고난의 행군 때 가족이 굶어 죽는 것을 보며 탈북을 결심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중국과 몽골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 삶은 녹록지 않았다. 북한에서 평생 의사였는데 한국에서는 의사자격증을 인정받지 못했다. “우유배달을 하려니까 탈북자한테는 일을 안 준다고 하더라고….” 부산에서 그는 또 다른 삶을 꽃피운다. “내 가족을 받아준 대한민국 국민이 고마워서 그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매일 살아요”.

부산하나센터장·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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