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맞물리는 시점 진행 불투명

교육부가 이날 대입제도 개편안과 함께 공개한 고교교육 혁신 방안을 보면 그동안 논의해 온 주요 교육정책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모양새다. 내신 성취평가제와 고교학점제 모두 본격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뤄 이번 정부에서 하는 일은 ‘준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내신을 A B C 형태의 개인 성취도로 나타내는 일종의 절대평가다. 정부는 내신 부담을 줄이고 줄세우기식 평가를 지양하기 위해 성취평가제 확대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자사고 혹은 특목고 쏠림 현상이 빚어질 수 있고, 절대평가로 인한 내신 성적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동안 도입이 보류됐다. 교육부는 이번 혁신 방안에서도 2019학년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에 한해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2022학년도 입시에선 사실상 맛보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2022년부터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던 고교학점제 역시 2025년으로 연기됐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수준의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진로와 흥미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능의 비중이 커지거나, 내신이 상대평가이면 이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즉,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수능 상대평가 기조가 유지되고, 성취평가제 역시 도입 시점이 미뤄지면서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고교학점제 역시 연기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에 교육과정을 바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대선과 맞물리는 시점이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결국은 이번 정부에서 결정하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다음 정부에 다 떠넘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