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청장 이용표)이 30여 년전 실종된 장기 실종 아동 부모의 DNA를 채취해 잃어버린 두 명의 가족을 찾아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찰은 1987년 3월 부모를 따라 큰집 제사 지내러 가던 중 사라진 A(실종당시 5살) 양과 1986년 9월 학교 운동회 간다고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은 B(실종당시 12살) 군 등 2명을 3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냈다.

A 양은 밀양에 있는 큰 집에서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집을 나간 후 실종된 후 경찰과 가족의 수색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A 양의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의 사망으로 혼자 외롭게 지내왔다.

장기실종전담반에서 근무 중인 심성배 경사는 2016년 7월게 이 사건을 인계 받은 후 신고자인 A양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형제·가족 및 요양원 등을 탐문해 대구의 한 병원에서 만났다.

하지만 A 양 어머니는 심 경사에게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오랜 기다림 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이제는 찾기 어렵다. 나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실종사건을 종결해 달라”며 희망의 끊을 놓았다.

그럼에도 심 경사는 A양 어머니를 설득해 지난해 12월부터 2회에 걸쳐 DNA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 끝에 경남지역 모 시설에서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30여 년을 살아온 A(여·37·지적장애 1급) 씨를 발견해 이달 3일 31년 만에 극적으로 모녀가 상봉하게 했다.

A 씨는 실종 당일 마산행 고속버스내에서 발견돼 무연고 아동으로 마산보호소에 입소했으며, 새로운 이름과 주민번호로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군은 학교 운동회 간다고 창원 집에서 나간 후 연락이 끊어졌다. 2016년 12월께 부친이 사망하자 호적정리를 위해 경찰에 재신고 되면서 지난해 12월께경 장기 실종전담수사반에 이 사건이 인계됐다.

B 군 어머니는 “죽기전에 아들을 한번 보는게 소원이다. 생사라도 알고 싶다”며 눈물 흘렸다. 경찰은 노모의 안타까운 모정에 감동해 수사를 다시 시작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으로 지난 1월 B 군 어머니의 DNA를 채취, 2차에 걸친 감정의뢰를 한 결과 지난 6월말 서울지역 한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는 B(지적장애 2급, 44)씨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달 7일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모를 대신해 상봉한 누나는 40대 중년이 된 B 씨를 부둥켜 안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장기실종전담반 심성배 경사는 “비록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에서야 가족들과 만나게 되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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