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강의료 수십만 원씩 지출
- 강의 들으려 격무부서 기피도

경남도교육청이 역량 있는 사무관(5급)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역량 평가제도가 공무원의 사교육비 부담과 격무 부서 기피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어 사무관 승진제도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도교육청은 2012~2014년 승진시험(50%)과 승진의결(50%)로 사무관을 뽑는 제도를 2015년부터 승진의결(역량 평가)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승진의결은 6급을 대상으로 한 근무 평가 40%와 역량 평가 60%를 적용해 사무관을 선발한다. 역량 평가는 ▷기획서 ▷실적 ▷면접 평가를 20%씩 반영한다. 이로 인해 6급 승진 대상자들이 역량 평가에 대비, 주말을 이용해 경남뿐 아니라 서울 대전 등의 학원을 다니고 있다.

올해 사무관 승진 대상자 순위에 들어 있는 60여 명을 비롯해 승진 대상자 순위를 2, 3년 앞두고 있는 6급 공무원 등 120여 명이 매달 강의료로 30만 원을 내고 매주 토요일 역량 평가 강의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면접시험을 위해 매달 50만 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 스피치학원까지 다니고 경우도 있다. 사무관 승진 때까지 많게는 1인당 3000만 원가량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사무관 승진을 준비하는 도교육청 6급 공무원들이 사교육비로 연간 5억 원가량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역량 평가가 시행된 뒤 격무 부서 기피 현상과 업무시간에도 역량 평가를 대비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역량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승진 대상자 대부분 유명 강사 1, 2명에게 집중 강의를 듣기 때문에 역량 평가 시 제출하는 기획서 수준이 거의 비슷해 변별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경남도나 창원시 등 경남도내 대부분의 지자체는 근무 평가 등으로만 사무관 승진을 시키고 있다.

도교육청의 A 씨(6급)는 “기획서 평가는 사무관 임용 시 활용하기보다는 승진시험을 보기 위한 기획서 작성 훈련일 뿐”이라며 “교육청의 교육정책이나 전국적인 정책·현안과 사회적 이슈를 외워 적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승진시험, 근무평가만으로 사무관을 승진시켰을 때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의 평가 방식을 최상으로 본다”며 “하지만 사교육비 부담 등의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개선책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