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으로 판매상과 접촉 가능
- 주로 온라인주문·택배로 전달
- 해외사이트라 적발도 어려워
- 대응 불가능 신종마약도 기승

지난 4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필로폰 1인분(0.03g)을 모텔에서 투약한 박모(45) 씨를 구속(국제신문 지난 4일 자 온라인 보도)했다. 박 씨가 필로폰을 구매한 날은 같은 범죄로 1년 2개월의 형을 살고 교도소를 출소한 날이었다. 사회로부터 14개월 단절돼 있어도 하루 만에 필로폰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스 팝니다’라는 게시물을 보고 필로폰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광고에 기재된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해 시간과 장소만 정하면 얼마든지 필로폰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의 유혹이 전방위적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SNS를 통해 너무나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 ‘독전’에서처럼 국내의 밀조사범이 마약을 만들어 각지로 유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종 마약 쏟아지고 쉽게 구매

온라인 마약 광고

SNS에 마약 판매상의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구글 등 포털에 ‘#아이스(가루형 필로폰) 삽니다’라고 검색하면 마약 판매업자들의 트위터·페이스북 게시물이 곧바로 튀어나온다. #작대기(필로폰 주사), #크리스털(고품질 필로폰) 등을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마약 판매상과 접촉할 수 있다 보니 대부분의 마약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마약범죄학회 박경수 회장은 “최근에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거래하기보다 온라인상에서 ‘던지기’로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던지기란 택배나 소포를 통해 마약을 전달해 판매상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거래방식이다.

경찰도 이 같은 추세에 따라 2015년부터 SNS상의 마약 홍보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게시물을 올리는 곳은 트위터 등 해외사이트라 적발이 쉽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6일 “해외 사이트의 수사 협조를 받으려면 국내 사이트에 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한 계정을 추적하는 데 드는 시간이 상당하다”며 “힘들여 검거해도 말단 판매상이 대부분으로 주범을 잡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를 놀리듯 마약 판매상의 제품 홍보는 상당히 노골적이다. 마약의 품질을 인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판매상 본인이 직접 투약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기까지 한다.

■국내서 제조… 매년 느는 마약사범

SNS 마약 거래가 활성화된 만큼 매년 검찰과 경찰에 적발되는 마약사범 역시 증가 추세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10년대 초·중반까지 마약사범 단속 건수는 연간 1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6년 갑자기 1만4214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만4123명의 마약사범이 붙잡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마약은 한 번 투약하면 재투약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SNS를 통해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진 만큼 처음 투약하는 이 역시 많아졌을 것”이라며 “일단 투약을 경험한 이들은 계속해서 SNS를 통해 마약을 구매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필리핀 등 주요 마약 제조국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을 단속하는 것만으로 마약 유입을 끊을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마약퇴치본부 관계자는 “본래 한국에는 마약 밀조가 없었지만 약 5년 전부터 감기약에서 마약 성분을 추출해 필로폰을 만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검찰은 2013년 한 해에만 전년(3명) 대비 365%가량 증가한 14명의 밀조사범을 적발하는 등 국내에서도 제조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신종 마약 또한 기승이다. 흔히 부르는 신종 마약이란 필로폰 같은 마약에 화학물질을 첨가·혼합해 만들어진 것을 지칭한다. 예컨대 JWH-018이란 마약에 다른 화학 불순물을 첨가해 JWH-019, JWH-020 등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1년만에 수십 수백 종의 신종 마약이 생겨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단속기관이 가지고 있는 마약 시약 샘플을 통해서는 적발할 수 없는 신종 화학물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신종 마약에 선제 대응하기는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