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미현 “총장이 지검장 질책”
- 문무일 “증거 보완 지적” 반박
- 수사단 “문 총장, 공언과 달리
- 수사지휘권 행사해” 직격탄

경기 의정부지검 안미현(39·사법연수원 41기) 검사가 문무일 총장과 대검찰청 간부 등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정당한 수사 지휘’라는 의견과 ‘부당한 외압’이라는 지적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 안미현 검사

문 총장은 15일 정오께 대검찰청 청사 입구에서 안 검사가 제기한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해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적이 있다”면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전 10시께 안 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의원을 소환하려 하자 문 총장이 수사를 담당한 이영주(51·22기) 춘천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했다”며 “문 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문 총장의 해명이다.

문 총장의 발언은 이 지검장과 단순히 견해차가 있었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질책성 발언을 했을 뿐 외압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도 “지난해 권성동·염동열 의원을 소환하려고 했으나 법리 검토가 미비한 상태였다”며 “(문 총장이)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게 아니고, 증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뒷받침했다. 강원 강릉이 지역구인 권 의원은 2013년 11월 자신의 옛 비서관 김모 씨를 채용하도록 강원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 안팎에서도 문 총장이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소환했다가 수사가 미진하면 무혐의 처분을 염두에 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총장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을 수사하는 데 수뇌부가 관심을 안 가질 수는 없다. 안 검사가 외압이라고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까지 안 검사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단은 지난 2월 안 검사가 첫 외압 의혹을 폭로한 이후 구성됐다. 당시 문 총장은 수사 기한을 두지 않고, 수사 관련 중간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수사단은 이날 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 계획을 문 총장에게 알리자, 문 총장이 대검에 ‘전문자문단’(가칭)을 구성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안 검사에 이어 수사단까지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문제 삼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수사단은 ‘출범 당시 공언과는 달리’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고도 표현했다.

검사 출신 부산지역 변호사는 “현재 수사단이 직접 나선 것은 안 검사 혼자 문제를 제기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항명으로까지 비칠 수 있는 데도 이런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 문 총장의 개입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