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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59> 선비와 선비:한족과 피가 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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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10 19:27:3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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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이름부터 멋지다. 글을 읽는 고결한 성품의 선비가 떠오른다. 그 어원에 대해 몽골어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유가에서는 유(儒), 군자(君子), 사(士)로 쓴다. 유생(儒生)은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는 소인과 달리 의로운 뜻을 품는 군자가 되어야 선비다. 공자께서는 조악한 옷과 음식을 수치스러워하는 가짜 선비와는 말을 나누지 말라고 하셨다. 허름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더라도 불만이 없어야 진짜 선비다.
   
이다지도 훌륭한 단어인 선비를 한자로 선비(鮮卑)라 쓰면 달라진다. 익히지도 않고 날로 먹는 비천한 족속이다. 하지만 선비족은 중국 역사에 엄청난 획을 그었다. 위촉오 삼국시대의 마지막 승자는 조조 유비 손권도 아닌 사마씨 가문이었다. 이들이 세운 진(晉)나라는 드센 북방민족에 밀려 난징(南京)으로 도망갔다. 화북지역은 5호16국시대가 되었다. 중국사에서 가장 난잡한 시대다. 이 난장판을 정리하며 역사에 전면 등장한 민족이 동호(東胡)에 속했던 선비다. 이들은 북위를 세우며 북방 기마유목민족의 야성을 버리고 한족의 고상한 문화를 받아들였다. 한화(漢化)정책에 따라 선비족과 한족의 피가 섞였다. 섞인 피는 위진남북조시대를 통일한 수나라 황족 양씨는 물론 당나라 황족 이씨의 피로 이어졌다. 이렇듯 민족의 피는 순혈에서 혼혈로 나아가 더욱 생명력 있는 건강한 잡종이 된다.

혼혈화 잡종의 역사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족적 정체성을 지닌 음악은 다른 음악과 섞이며 매력 넘치는 음악이 된다. 순혈적 순종 진돗개와 달리 음악은 혼혈적 잡종(fusion)일수록 멋지다. 사람도 순혈주의에 빠진 속 좁은 꼴통 외골수보다 폭넓은 잡종(hybrid)인에게 끌리는 법이다. 세상만사 큰 이치는 거의 똑같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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