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교양 사교육비 9.9% 늘어
- 교과 비용 상승폭 훨씬 앞질러
- 체육 13%로 증가율 가장 높아
- 돌봄 기능 갖춘 학원 증가 추세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양모 군은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학원이나 방과후수업에 간다. 양 군의 시간표를 보면 주 5회 태권도 학원과 음악 방과후수업, 주 1회 방과후 축구와 창의로봇 수업을 받고 있다. 태권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과후수업이지만 그래도 재료비를 합해 한 달 평균 사교육비가 3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양 군의 어머니 임모(43) 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주변을 보면 우리는 진짜 사교육을 안 하는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금액은 교과 사교육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상승폭은 훨씬 앞지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5조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400억 원(9.9%)이 늘었다. 과목별로는 체육이 13.9% 상승해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교과 사교육비 총액은 13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인당 사교육비 상승폭 역시 예체능이 앞선다.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는 19만8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4%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예체능 및 취미·교양은 6만3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12.9% 올랐다. 이처럼 예술·체육에 대한 관심과 학습욕구가 증대하면서 전체 사교육비에서 해당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18%에서 2017년에는 27%로 뛰어올랐다.

학교급별로 보면 예체능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66.8%로 단연 높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중에서는 예체능 사교육을 안 하는 경우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취미·교양 과목 역시 바둑부터 레고 로봇 드론 치어리더까지 매우 다양하다. 참여율 증가폭은 중학교가 3.6%로 가장 높다.

이처럼 예체능과 교양·취미 분야 사교육비가 오르는 배경에 대해 교육부는 학습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육 대안으로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보육 목적으로 예체능 사교육을 시키는 비율은 지난해 12.5%에서 올해 14.3%로 1.8%포인트 상승했다. 부산시교육청 교육청책과 관계자는 “교과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체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부모의 욕구와 학원의 상술이 맞아떨어져 돌봄 기능을 갖춘 예체능 학원이 많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고교에서는 입시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교육부는 학교급별 참여율 증감여부를 바탕으로 입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닌지, 시·도교육청의 예체능 학원 교습비 추이를 분석해 증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