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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10> 이샘병원

직원 절반이상 눈치 안보고 유연근무…일·가정 균형 맞춰

  • 국제신문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18-03-12 19: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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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업무 손에 익은 3~4년차, 육아 등 경력단절·퇴사 위기
- 잘 키운 직원들 이탈 막고자 탄력·시간선택제 근무 도입
- 141명 중 82명 자유롭게 사용, 산전·육아휴직·연차도 부담없어


# 간호사 정유선 씨

- 한때 병원 그만두려고 했지만
- 임시알바·유연근무·종일근무…아이 성장따라 근무형태 조정

# 간호조무사 장영신 씨

- 8살·6살 두 아이 육아때문에 오전 9시 출근·오후 1시 퇴근
- 시간선택제 근무로 애들 챙겨

# 간호사 최지영 씨

- 출산=권고사직 당연시되던 2008년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당당히 육아휴직자 1호 됐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일반적인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이다. 하지만 부산진구 범천동에 있는 이샘병원에서는 직원 141명 가운데 59명(42%)만 이 같은 출퇴근 시간을 지킨다. 과반수 직원들은 개인적 사정이나 기호에 따라 조금 더 일찍 출근한 뒤 그만큼 빨리 일과를 마무리하고 퇴근하거나, 탄력적 근무와 시간선택제 등 제도를 통해 일 만큼이나 가족이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이샘병원 직원들. 왼쪽부터 간호사 정유선 씨, 간호조무사 장영신 씨, 간호사 최지영 씨. 서순용 선임기자
이샘병원에서 2008년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한 장영신(여·38) 씨는 이 병원에 다니면서 첫째(8)와 둘째(6) 아들을 낳았다. 장 씨는 육아휴직을 통해 2년 3개월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지금도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한다. 장 씨는 “병원에서 출퇴근 시간이나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퇴근한 뒤 첫째를 하교시켜 씻기고 오후 4시30분에 둘째 아이까지 맞이할 수 있어 아이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직접 데리러 오거나,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있다는 데서 아이들이 크게 만족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안정감을 위해 시간선택제 근무를 택해 집으로 일찍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하에 딸(12)과 아들(9)을 둔 간호사 정유선(여·39) 씨는 한때 병원을 그만두려 했다. 정 씨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했다. 친정이나 시가도 여건이 안 돼 그동안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장 먼저 맡기고 가장 나중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유치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방학 때 첫째 딸이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증세가 심해졌고, 결국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 씨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은 것은 병원의 배려 덕분이다. 손이 야물고 일에 대한 의욕이 높은 정 씨가 그만두는 것은 병원으로서도 손해인 만큼 병원은 처음에는 임시 아르바이트 형태로, 이후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근무하는 시간선택제를 사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정 씨는 “1년 6개월간 딸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회복한 딸이 ‘이제 엄마가 하고 싶은 걸 해도 괜찮다’고 말해줘 다시 병원에서 종일 근무를 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샘병원은 유연 근무는 물론 직원이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 연월차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샘병원 ‘육아휴직 1호 사용자’였던 간호사 최지영(여·45) 씨는 “입학이나 졸업 등 아이들에 관한 일 말고도 가족의 대소사를 챙길 때도 연월차 사용에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역시 두 아들(17, 11)을 둔 그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 말까지 산전·육아휴직을 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최 씨는 “당시는 산전이나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약했지만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이 기간은 가족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이후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들은 31명이며, 사용 횟수는 38회에 달한다.

이들 3명은 여성 인력 비율이 높은 의료계가 오히려 육아 문제로 인한 직원 휴직에 무심하거나 인색할 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어렵게 육아휴직을 내고도 병원의 채근에 두 달여 만에 출근한 동료도 여러 번 봤다”며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육아휴직이나 시간선택제 근무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여건 덕에 둘째 출산을 결심한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샘병원은 시간선택제를 비롯한 유연근무와 출산 전후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한 것이 결론적으로 병원 운영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샘병원 이지은 부장은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쉬거나 그만둘 결심을 세우는 건 대개 업무가 손에 익고 일에 대한 의욕도 가장 높은 시기인 3, 4년차 직원들”이라며 “이 때 직원을 잃으면 대체가 어렵다. 짧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구성원으로 남겨 함께 가는 편이 직원뿐 아니라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5년 10명이 안 되는 직원으로 작은 내과에서 시작한 이샘병원의 인력은 이런 분위기가 정착하는 동안 141명까지 늘었다. 그간 이샘병원은 가족·출산친화 및 지역발전과 고용증진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가족부 등 기관으로부터 7차례 표창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부장은 “현재까지 대체인력으로 근무한 이가 14명이다. 대체인력으로 채용한 이들도 여력이 닿는 한 정직원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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