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아이스하키 클럽 딱 하나
- 올림픽단일팀 후 관심 증폭

- 가입문의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 정규규격 빙상장 부산 한 곳
- 쇼트트랙 등 인기종목에 밀려
- 훈련예약 잡기 ‘하늘 별따기’

- 서울은 클럽 40~50개 달해
- 지역빙상장 확대 서둘러야

- ‘영미야’로 인기 치솟은 컬링
- 전용경기장 없이 간이시설
- 일반인은 심야에나 사용가능

“헤이, 헤이, 헤이.”

지난 8일 밤 10시 부산 동래구 안락동 아이스링크장. 아이스하키 선수가 큰 소리로 외치자 다른 한 선수가 퍽(아이스하키 공)을 패스한다. 훈련은 기본 스케이팅, 드리블 훈련, 슈팅 훈련, 미니게임 등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훈련이 끝난 선수들이 헬멧을 벗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땀 범벅이다.

부산 아이스하키 동호회인 ‘퍽커스’는 매주 수요일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훈련을 한다. 동호회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총인원은 20여 명이지만 동호회인 만큼 매주 훈련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강제적인 훈련이 아닌데도 매주 10여 명의 회원이 빙상장을 찾는다. 3년 전 동호회에 가입한 강동훈(35) 씨는 “퇴근 후 매주 수요일 빙상장을 찾고 있다. 피곤할 때도 많지만 이리저리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10시 부산 동래빙상장에서 아이스하키 동호회인 퍽커스 회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아이스하키 관심 뜨겁다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효과는 비인기 종목이었던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퍽커스 김동엽 감독은 “한 달에 1건 정도이던 강습 문의가 하루 3건으로 늘었고 동호회 블로그에도 가입 문의가 10여 건이나 올라 왔다”며 “관심 밖이던 아이스하키가 인기를 얻으니 얼떨떨하다. 이러한 관심이 반짝 특수가 아니라 지속돼서 쇼트트랙처럼 아이스하키 종목도 강국이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높아진 관심 덕에 훈련 분위기도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클럽회원 이준신(26) 씨는 “내게도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싶다고 물어본 친구만 벌써 두 명이다”며 “더 많은 사람이 동호회에 가입해 다양한 경기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따뜻한 부산은 빙상 등 동계스포츠의 불모지다. 이에 부산지역 내 아이스하키 동호회는 퍽커스 하나다. 동호회가 한 개 밖에 없지만 아이스링크장을 빌리는 일은 힘들다. 현재 부산지역 빙상장은 총 3곳이다. 북구 문화빙상센터, 신세계 센텀시티 아이스링크장, 동래구 아이스링크장이 있지만 동호회는 동래구 아이스링크장만 이용한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인기 겨울스포츠에 밀려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북구 문화빙상센터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인 이용객 이용이 끝나면 겨울 스포츠 강습이 시작되는데 밤 10시까지 강습은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차지한다.

일단 소형 빙상장 수라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내 빙상장 수는 곧 겨울스포츠 동호회 활성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규 규격인 세로 60ｍ, 가로 30ｍ의 빙상장이 10여 개 있는 서울의 경우 아이스하키 동호회만 약 50개에 달한다. 김 감독은 “부산의 정규 규격 아이스링크장은 북구 문화빙상센터 한 곳밖에 없어 훈련 예약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며 “겨울스포츠 동호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일단 빙상장 수부터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스하키는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을 깨야 생활체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스하키는 헬멧부터 스틱, 퍽까지 10여 개의 장비가 필요하다. 거대한 장비 탓에 대부분 사람은 ‘아이스하키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편견이 있다. 퍽커스 김재성 코치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20만~30만 원짜리 중고 풀세트를 살 수 있는데 사실 처음부터 장비를 다 살 필요는 없다”며 “아이스하키에 관심 있어 빙상장에 온 사람은 체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아이스하키를 한 번이라도 체험한 사람 대부분이 동호회에 가입한다”고 자랑했다.

■컬링 인기도 폭발하지만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아이스하키 동호회 퍽커스 회원들. 서정빈 기자

평창올림픽 이후 컬링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부산컬링협회에도 어디서 컬링을 즐길 수 있는지 등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컬링 전용 경기장이 없어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북구빙상센터에 컬링 라인이 그려져 있지만 대관은 밤 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다. 일반인이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고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트 피겨스케이트 등 종목 선수들이 대관해서 훈련하고 난 뒤에 겨우 시간을 허락받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부산 컬링은 건국중과 건국고(오는 15일 창단), 부산외고, 일반 남자부와 여자부 등 선수 50여 명 위주로 활동 중이다.

부산컬링협회 이규헌 사무국장은 “부산시민이 컬링을 생활체육으로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컬링 전용 경기장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며 “컬링 전용 경기장이 있는 경북 의성(4면) 수준은 아니더라도 2면 정도의 컬링 경기장이 있으면 컬링클럽 활동의 저변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공동기획 : 국제신문·부산광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