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장·선원 11명 중 3명만 구조

- 사고지점 저인망선 조업 안돼
- 해경, 불법 여부 가능성 조사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야간 조업을 하던 쌍끌이 중형 저인망어선이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면서 기상 악화 속에 무리한 조업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종된 쌍끌이 중형저인망어선 11제일호의 기관사 송재홍(54) 씨의 어머니 이정순(88) 씨가 해양수산부 강준석 차관의 손을 잡고 아들을 찾아달라며 부탁하고 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7일 통영해경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11시35분 통영시 욕지면 좌사리도 인근 해상에서 사천 선적 쌍끌이 저인망어선 11제일호(59ｔ)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장 이모(57) 씨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침몰 어선에는 한국인 선원 6명과 베트남 선원 5명이 타고 있었다.

침몰 전까지 11제일호는 같은 선단인 12제일호와 함께 그물을 끌어 올렸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최고 3ｍ 높이의 파도와 초속 14~18ｍ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11제일호가 파도에 뒤집히자 12제일호가 통영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했고 해경헬기와 경비정, 구조대가 출동했다. 침몰 직전 바다에 뛰어든 베트남 선원 3명은 12제일호가 구조했다. 하지만 이후 구조 과정에서 발견된 한국인 선원 4명은 숨진 상태였다.

침몰 해역은 쌍끌이 저인망어선의 조업금지 구역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생존 베트남 선원들은 조업을 끝내고 삼천포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20여 분간 항해하다가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조업구역에서 작업하다가 어획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항해하던 중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때문에 무게 중심을 잃고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경은 침몰 지점과 조업 구역이 16㎞가량 떨어져 있는 점을 들어 불법조업 여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지구역에서 조업하려고 선박의 위치발신장비(V-PASS)와 자동식별장치(AIS)를 고의로 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해경은 실종자 4명의 수색에 노력하고 있으나 사고 현장의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사고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인양된 선원의 시신이 안치된 사천시 남양동 시민장례식장에는 오열하는 유족으로 침통한 분위기다.

유족은 가족을 잃은 사실이 실감 나지 않은 듯 망연자실하고 있다. 4명의 실종자 가족이 있는 다목적어민회관도 분위기가 무겁다. 행여나 구조됐다는 소식을 기다리며 선사와 해경 관계자에게 구조 상황을 수시로 묻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사고 선박 11제일호 선주인 제일수산 박병근 대표는 이날 “지금은 실종된 선원들을 무사히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한 후 “사망자 등의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