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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43> 양산 신기산성 산책로

역사와 편안한 휴식처 공존 … 가족 손잡고 봄나들이 가볼까

  •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  |   입력 : 2018-03-04 18:46:59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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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립박물관~정상까지 3㎞
- 남쪽 신기·북쪽 북정동 고분군
- 신라시대 신기산성 흔적도 발견

- 녹차나무 길·솔밭·자연학습장…
- 몸과 정신 맑아지는 건강한 코스

경남 양산 신기산성 산책로는 역사적 유적지를 둘러보며 머리를 식히고 건강도 관리할 수 있는 다목적 용도의 길이다.
   
양산 신기산성 산책로는 역사적 유적지를 조망하면서 가족 단위로 걷기 좋다는 점에서 새롭다. 김성룡 기자
이 길은 천성산 끝자락 양산시 북정동과 신기동 일대에 걸쳐 있다. 양산시 북정동 양산시립박물관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3㎞ 구간을 말하며 왕복해서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가족 단위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분군과 산성을 보며 역사 공부

   
이 길을 가려면 양산시립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는 게 좋다. 주차장에서 북정 고분군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이 주차장에서 50m 정도 산 쪽으로 올라가면 대규모 북정·신기동 고분군이 나온다.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쪽은 신기 고분군, 북쪽은 북정동 고분군이다. 출토된 유물로 미루어 6세기 전반에서 후반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군에서는 요즘 쑥을 캐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이곳으로 할머니 등 주민들이 나와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다.

고분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계단식으로 단장된 산책로를 만난다. 이곳부터 오르막길이어서 조금 숨이 차지만 견딜 만 하다. 양쪽으로 소나무가 길게 줄지어 서 있어 산행길을 반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산새 소리도 흥겹다. 지지배배 우는 산새 소리를 들으면 마치 고향 집 뒷산을 걷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조금 더 가면 산 곳곳에 푸른색 비닐로 단단히 포장된 재선충 소나무 더미를 볼 수 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베내고 훈정 처리해 포장한 것이다. 이러한 포장 더미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는다.

계속 가다 보면 산 능선에 돌로 담장을 쌓은 흔적이 나타난다. 1963년 사적 제97호로 지정된 신기산성 유적지다. 축성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신라가 낙동강 하구를 통해 침입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출토된 토기 등 유물로 미뤄 조선 시대까지 성곽의 기능이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산시는 신기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산성복원을 추진 중이다.

■녹차나무 길·생태시설서 자연 느껴

   
신기산성 유적지.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
이 산성에서 500m 정도 더 올라가면 녹차나무 길이 나온다. 이곳은 시가 녹차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길 왼쪽에 위치해 있다. 길이 잘 정비돼 있고 녹차 군락지 역시 잘 다듬어져 보기가 좋다. 녹차 길을 따라 녹차 나무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이 길에서 좀 더 오르면 신기 해강아파트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해강아파트 옆으로 울산~양산~김해 간 국지도 60호선 길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국지도 1단계 양산구간(11㎞)으로 지난 1일 개통했다. 이곳에서는 물금신도시를 포함한 양산 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쉬어갈 만한 곳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가면 운동기구를 갖춘 조그만 공원이 나온다. 운동을 하며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는 산바람을 다른 곳보다 더욱 많이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길을 걷다 땀이 나면 외투를 벗지만 이곳에서는 추위가 느껴져 대부분 외투를 입는다.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정자가 나온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옛날 선비가 된 느낌이다. 주변 산세도 수려해 절로 시상이 떠오른다. 한시에 식견이 있다면 한시 한 수를 멋들어지게 읊고 싶어진다.

정상에서 내려가다 보니 자연학습장이 보였다. 이 학습장에는 나뭇잎 습지데크를 비롯해 피크닉 테이블, 키재기 통나무, 조류 관찰대, 비오톱 나뭇더미, 버섯 재배대, 초화원, 전통정자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이런 생태시설이 갖춰져 있어 너무 반가웠다. 다른 산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희귀 곤충 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벤치 등 일부 편의시설에 잡풀이 우겨져 있는 등 관리가 잘 안 되는 점은 안타까웠다.

이곳 인근에는 ‘솔밭&건강 피톤치드 숲’이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발산하는 호르몬 중 상쾌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소나무는 다른 식물보다 10배 정도 더 배출한다. 피톤치드는 피를 맑게 하고 혈압에도 좋은 건강물질이다. 신기산성 산책로에는 소나무가 많아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 피톤치드를 맡으면 걷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기분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오면 북정·신기 산성이 나타난다. 신기산성 산책로 마지막 구간이다. 마지막 코스까지 오면 몸은 조금 힘들지만 정신은 더욱 맑아지는 듯한 상쾌함이 든다. 지역 대표 유적지 공부도 하고 건강도 다지는 값진 경험을 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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