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처리 오류 잦고 절차도 복잡
- 의료계·환자 모두 혼란 여전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4일 시행된 후 보름이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이 담당 직원과 의사 수 등 현실적으로 관련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20일 국가연명의료관리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등록 기관은 고신대복음병원과 동래성모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백병원 등 4곳이다. 부산 전체 대상 의료기관 229곳 중 4곳에 불과해 등록률이 1.7%에 그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진단된 말기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남기는 것으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등록된 곳에서만 작성이 가능하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내 요양병원은 현재까지 한 곳도 등록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대전 등 6곳에 불과하다. 부산 동구 A 요양병원 원장은 “관련 법이 시행된다는 정보를 듣고 윤리위원회 설치를 준비했으나 담당직원이 2명이나 상주해야 하고 위원회 구성도 까다로워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윤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외부 위원 1명 이상, 종교계·법조계·윤리학계·시민단체 등에서 2명 이상 등 총 5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이란 말을 꺼내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도 한 원인이다. 부산 동래구 B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많지만 의료진이나 가족 모두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처리시스템 오류와 번거로운 절차도 도마 위에 오른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온라인을 통한 이행서 등록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라 시스템 등 운영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 윤리위원회 등록은 수시로 가능해 의료기관이 준비되는 대로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