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김치가 급성 호흡기 질환인 독감을 치료하는 데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고려대·세계김치연구소·대상(주)과 공동 연구를 통해 김치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겨울철에 급성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여러 감기 증상 가운데 가장 극심한 전신성 질환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김치 발효과정에 따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와 세포에 투여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쥐에 김치추출물을 하루 50㎎/㎏의 농도로 먹인 결과, 김치추출물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30% 이상 높은 생존률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김치추출물은 바이러스 감염 시 나타나는 체중감소도 억제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또 김치추출물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투여한 결과, H1N1아형 플루바이러스 및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감염시 세포 안에 형성되는 플라그(물질)가 현저하게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를 담근 뒤 김치냉장고에 7~10일 정도 숙성시킨 적숙기 김치는 설지도 쉬지도 않아 먹기에도 좋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인호 박사는 “김치의 발효 단계를 ‘담금직후’ ‘초숙기’ ‘적숙기’ ‘과숙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적숙기 김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치 부재료로 사용되는 파·생강에서는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파 추출물에서 최고의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김 박사는 “김치의 인플루엔자 억제 효과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산균 뿐만아니라 여러 가지 대사물질이 함께 작용하면서 나타난다”면서 “김치를 담글 때 파·생강 등을 넣고 적숙기에 먹으면 인플루엔자 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