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장검사 직접 구치소 갔지만
- ‘정치탄압’ 이유로 조사 불응

40억 원에 가까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옥중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하더라도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조사’를 앞두고 26일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6일 오전 ‘특활비 상납 의혹’을 수사하려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에서는 양 부장검사와 검사 1명, 남녀 수사관 2명이 동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에 들어가 면담에는 응했으나 진술을 거부하고 독거 수용실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검찰의 출석 요구에 건강 등을 이유로 불응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자기를 대상으로 한 수사와 재판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피고인인 형사재판 출석도 거부해 궐석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도 이런 태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이 재판서 밝힌 같은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해도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7월까지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매월 5000만~2억 원씩, 총 38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는다.

이미 구속기소된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뇌물은 아니다”면서도 청와대에 특활비를 건넨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국정원 자금이 박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고, 자신들은 ‘단순 전달자’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0일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등 혐의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