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상금으로 주인집 쌀 구입
- 수영구 불우이웃 100포대 전달
-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불식시켜

부산 곳곳에서 늘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달리 건물주와 따뜻한 상생을 이어가는 마을기업이 있어 화제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건물주의 이해와 배려로 상생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기업 ‘오랜지바다’의 남소연(오른쪽) 대표와 직원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마을기업 ‘오랜지바다’는 2017년 ‘나만의 우표 그리기’ 공모전에서 거둔 수익금으로 구입한 10㎏짜리 쌀 100포대를 수영구에 기부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오랜지바다는 매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때 부산우정청의 도움을 받아 특별우표를 제작한 뒤 판매해 왔다. 올해도 지난 10월 29일 부산 청년작가 14명과 함께 ‘불꽃, 우표에 담다’라는 주제의 특별우표를 제작해 판매했으며 특별우표를 판매한 수익금은 공모전 수익금에 보탰다.

부산의 손꼽히는 관광지인 광안리 해변에 위치한 소규모 마을기업이 4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착한 건물주의 배려가 있었다. 오랜지바다는 바닥 면적 120㎡에 세워진 3층 건물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건물 임대료는 2014년 문을 열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부산 곳곳에서 상권이 활성화된 뒤 임대료가 올라 초기에 기여한 상인과 원주민이 쫓겨나고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들어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만연한 최근 분위기와 다른 양상이다. 감천문화마을, 전포카페거리,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등이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으로 꼽힌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목’이 좋은 자리의 건물을 새로 개발할 마음이 들기도 할 테지만 광안동에서 50년 동안 쌀집을 운영하고 있는 건물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랜지바다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자 오랜지바다 측도 건물주의 배려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상생 관계를 다지는 차원에서 이번에 기부한 쌀 100포대를 모두 건물주의 집에서 구입했다. 오랜지바다 남소연 대표는 “사회적 기업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탓에 많이들 힘들어 하는데 반해 우리는 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신 어르신(건물주)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자리를 잡게 됐다”며 “앞으로도 상생하면서 광안리의 명소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인 오랜지바다는 엽서와 편지 등 사라져 가는 우편문화를 되살리고 기부 문화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2014년 11월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나만의 우표 그리기 공모전’은 부산우정청이 지원하고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와 사회적기업연구원 등이 후원해 매년 열린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