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뿌리 정치 위기

- 행정 견제할 의회 활동 위해선
- 최소 상임위 2곳·정원 13명 필요
- 현재도 복수 상임위 전문성 약화

# 선거구 어떻게 조정되나

- 서구인구 11만 명·의원 수 9명
- 북구는 30만 명·13명 ‘불합리’
- 서울 ‘10 대 0’ 인천 ‘7 대 3’ 등
- 인구수 비중 둬 산정하는 추세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 구·군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자치 구·군의원 정수를 산정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수에 비중을 더 두고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도심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매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중·동·서·영도구는 기초의원 수가 많게는 2명까지 줄 가능성이 크다. 서구를 제외하고 기존 7명인 중구에다 영도구와 동구까지 최악의 경우 기초의원 최저 제한선인 7명까지로 감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초의원 무용론까지 나온다.

■기형적 기초의회로 전락

의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의정활동의 중심인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야 한다. 또 상임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상임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임위당 정원도 6명 이상은 돼야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에 따라 2개 이상의 상임위가 꾸려지려면 적어도 의원 수가 13명(이 중 1명은 의장으로 제외)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원도심 지역은 기초의원이 12명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의원정수 산정에서 최저 제한선인 7명까지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의원 수가 최저 제한선까지 줄어들면 상임위를 제대로 꾸릴 수 없어 기형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 현재 기초의원 숫자가 7명인 중구의회는 복수 상임위 구성을 위해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4명은 상임위 2곳 모두 출석하고 있다. 의원 수가 8명인 동구의회 역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5명이 복수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다. 의원 수가 9명인 영도구의회는 의원들의 복수 상임위를 피하려다 보니 상임위당 의원이 불과 4명에 그친다. 2명이 불출석하면 상임위 성원마저 채우지 못 하는 실정이다. 동구와 영도구의회의 정수가 만약 7명으로 감소하면 의원들의 복수 상임위 활동이 불가피하다. 중구는 5대까지 의원 수 부족으로 위원회 구성조차 못했다.

상임위별로 지역의 주요 업무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통해 집행부(구청)를 견제해야 하는데, 쪼그라든 상임위로는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의원 수가 줄면 의회 기능이 더 축소되고, 전문성 약화로 집행부 견제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인구가 적어도 읍·면·동 수가 많으면 상관없지만 원도심 지역 대부분이 정부의 대동제 정책에 따라 소규모 동을 없애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시 전체 22개 동이 통폐합된 가운데 동구는 5개 동, 영도구 3개 동, 서구 1개 동을 줄였다. 원도심을 제외하고는 부산진구 5개 동, 남구와 사상구는 2개 동, 연제 금정 동래 해운대구는 각각 1개 동을 감축했다.

■대도시는 인구수에 더 비중

그렇다고 인구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원정수를 산정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의원정수 산정에서 인구수와 읍·면·동 수 비중이 광역단체별로 다른데, 대도시의 경우 인구수에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이라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서울은 10 대 0(인구수 대 읍·면·동 수)으로 인구수가 의원정수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천도 7 대 3으로 인구수 비중이 높은 반면 인구 밀집도가 낮은 도(道) 단위는 인구수보다 읍·면·동 수에 비중을 더 두고 의원정수를 산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11만400여 명인 서구(올 11월 말 기준)는 의원 수가 9명인데 30만 명가량으로 3배 많은 북구는 기초의원 수가 13명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구와 동 수의 괴리로 인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영도구 인구는 12만3800여 명으로 서구보다 많지만 동 수가 11개로 서구(13개)보다 적어 내년 기초의원 수는 더 적을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까지는 의원정수를 산정하는 데 인구수와 읍·면·동 수 비중을 같게 뒀지만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선거구획정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가 추진하는 원도심 통합도 이번 의원정수 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공직선거법상 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와 시·도의회,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 시장·도지사가 위촉한다. 이선정 김민주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