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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37> 양산 황산강 베랑길

낙동강과 기찻길 사이 펼쳐진 경관… 강 위를 달리는 듯

  • 국제신문
  •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  |  입력 : 2017-12-03 19:02: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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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주요 교통로 ‘황산잔도’
- 양산 물금~원동취수장 2㎞ 구간
- 자전거 종주길 있어 방문객 북적

- 임경대·용화사 등 문화유적 풍성
- 요산 김정한 ‘수라도’ 주요 배경
- 소설 속 공간 비교하는 묘미도

낙동강과 철길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그것도 나무로 된 테크길이다. 바로 황산강 베랑길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과 보행자들이 낙동강과 철길 기차가 달리는 빼어난 절경의 황산 베랑길을 지나고 있다.
이 길은 부산시민 상수원인 양산시 물금읍 낙동강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2㎞ 구간이다. 이곳은 현대화의 그늘에 묻혀 잠시 사라졌다가 부활했다. 원래 조선시대 영남대로 황산잔도 구간으로 주민 왕래가 빈번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 철길에 편입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길은 닫혀 버렸다. 그러다 2011년 행정안전부 친환경 생활환경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2012년까지 2년에 걸쳐 조성되면서 황산강 베랑길은 다시 열렸다.

이 지역에는 신라시대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던 임경대, 조선 고종 때 선비 정임고가 이름 붙인 경파대, 보물 제491호 석조여래좌상이 봉안된 용화사, 동래부사 정공헌 공적비가 있다. 요산 김정한의 소설 ‘수라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많은 역사 문화 자원을 지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남대로는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로, 한양에서 부산의 동래부에 이르는 조선시대 9대 간선로의 하나였다.

이 길로 옛날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녔으며,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가기 위해 걸었고, 보부상들이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힘겨운 걸음을 재촉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군이 서울을 향해 진격하던 길이었다.

황산잔도는 영남대로의 3대 잔도 중 하나로 시퍼런 낙동강을 아래에 두고,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어 사람들에게 공포의 길로 유명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양산시가 정비사업으로 다니기 편하게 정비해 지금은 자전거길과 보행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2㎞ 구간 중 1㎞는 국토교통부의 낙동강 자전거 종주길 사업으로 조성됐다. 이 자전거길은 경남 밀양 삼랑진으로 연결돼 평일은 물론 주말과 휴일에는 자전거 동호인들과 빼어난 낙동강 경관을 벗 삼아 보행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자, 이제 황산강 베랑길을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이름의 유래부터 보면 황산은 삼국시대 낙동강의 이름이며, 베랑은 벼랑의 양산 방언이다.

이 길 초입에는 부산시상수도본부가 만든 물 문화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에서 데크길이 시작된다. 길 왼쪽에 낙동강이 흐르고, 오른쪽으로 기차가 다닌다. 달리는 기차와 시퍼런 낙동강 사이에서 걸으면 신선 세계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데크형 교량을 통해 강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인 용화사 석조여래좌상 모습.
물 문화전시관 뒤쪽 기찻길 너머에는 전통사찰인 용화사가 자리 잡고 있다. 걸으면서 꼭 가볼 곳이다. 용화사 석탑 옆에는 황산 잔로비가 서 있다. 1694년 황산길을 정비하고 기념으로 세운 비석이다. 군수 권성구가 탄해 스님과 별장 김효의를 시켜 깊은 곳은 메우고 험한 곳은 깎아 평탄한 길을 만든 공을 기린 것이다. 지금처럼 토목기술이 발달하지 않고 중장비도 없어 모든 공사를 수작업으로 했을 것이다. 많은 백성이 노역에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기록이나 공적비 등은 남아있지 않다. 비석을 보면서 당시 공사에 동원된 이름 없는 민초들의 희생에 옷깃이 여미어진다.

물 문화관을 조금 지나면 강물 바위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비석 하나를 만난다. 조선말기 동래부사 정현덕의 공을 기리는 불망비다. 강변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우뚝 선 이 비석은 주변의 뛰어난 풍광과 어울려 색다른 재미를 던져 준다. 베랑길의 중간 지점에는 시인 묵객이 노닐었다는 경파대 바위가 자리한다. 조선시대 선비 매촌 정임교가 스스로 주인이라 자처했다는 바위다.

황산 베랑길의 절경은 1000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의 시 ‘황산강 임경대’에서 잘 나타난다.

안개낀 봉우리 웅긋쭝긋, 강물은 출렁출렁/거울 속 인가는 푸른 봉우리 마주했네/외로운 돛단배는 바람 안고 어디로 가는가/별안간 나는 새처럼 자취 없이 사라졌네.

   
황산잔로 정비를 기념해 새운 비석을 소개한 황산잔로비 안내판.
베랑길의 끝에는 부산이 낳은 대소설가인 요산 김정한 선생이 1969년 월간문학에 발표한 중편소설 ‘수라도’의 배경이었던 토고 마을이 있었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에서 6·25까지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면서 낙동강 하류 어느 시골 양반 집안 수난사를 그렸다. 작품 속 공간이 실제 공간과 거의 일치해 소설 속 마을과 실제 마을 모습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 길을 걷고 싶다면 당장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자. 양산물금 철도역에서 황산 공원으로 가는 지하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면 낙동강 물금취수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500m쯤 원동면 방향으로 가면 황산 베랑길을 만난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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