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대상 범죄 3년새 20% 증가

- 온라인서 차별비하 4년새 16배

“당시에는 두려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짜증이 치밉니다. 왜 여자만 범행 대상으로 삼는지 불쾌하기 짝이 없네요.”

A(여·20) 씨는 9일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A 씨는 부산대 먹물 테러 사건의 피해자다. 지난달 18일 부산대에는 후드티와 모자를 쓴 한 30대 남자가 나타나 스타킹을 신은 여성을 상대로 검정색 잉크를 뿌린 뒤 도망가는 이른바 ‘먹물 테러’를 자행했다. 당시 A 씨와 함께 있었던 학과 후배 B(여·18) 씨는 “나는 바지를 입고 있어서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언니(A 씨)가 갑자기 ‘지금 비 오니’하고 물었다. 자세히 보니 언니 스타킹에 잉크가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지 못해 더욱 소름 돋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후로는 또 당할까봐 치마도 못 입는다. 치마 입고 다니는 게 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최근 부산 일대에 스타킹을 신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먹물 테러가 잇따르는 등 여성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팍팍한 경제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남성의 여성 혐오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9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최근 부산에서 벌어진 먹물 테러가 총 7건이라고 밝혔다. 부산대에서 A·B 씨 사건 외 3건이 더 발생해 총 5명이 피해를 당했고, 영산대에서도 3건의 유사 범죄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교직원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 8월에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캡사이신 물총을 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C(26)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진구와 연제구 일대를 누비고 다니며 여성 4명에게 물총으로 캡사이신을 넣은 소주를 쐈다. 캡사이신뿐만 아니라 인근 마트에서 날달걀을 구입해 던지기도 했다. 이들이 경찰에 붙잡힌 후 밝힌 범행 동기는 ‘재미’였다.

실제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는 최근 3년 동안 20% 가까이 늘었다. 국가통계포털 코시스의 지난해 전국 여성 대상폭력 범죄는 10만1320건으로 3년 전인 2014년 8만4493건에 비해 19.9%가 증가했다. 상해·폭력뿐만 아니라 체포·감금(613→957건),협박(2596→7402건) 등도 급증했다.

온라인의 여성 비하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출 받은 ‘차별비하 심의 및 시정 요구 현황’을 보면 시정요구가 2012년 149건에서 지난해 2455건으로 무려 16배 늘었다.

여성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C(여·28) 씨는 “인터넷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삼거나 혐오하는 발언이 지나치게 많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데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어나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영(사회학과) 교수는 “일련의 사건은 여성 혐오가 폭력적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자 여성이 남성의 것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호걸 김해정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