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세탁기 소음·악취 우려”
- 입주민 대표 구의원 반대 주도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는 부산 서구의 자활사업이 구의원을 앞세운 주민의 반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서구에 따르면 지역자활센터가 구의 위탁을 받아 운영 예정인 빨래방의 개점이 무기한 연기됐다.

토성동의 한 빌라 1층에 세탁기 등 관련 시설을 들여놨지만, 2∼4층에 거주하는 주민 6세대가 운영에 반대한 탓이다. 반대 입주민 대표는 서구의회 A 의원이 맡고 있다.

자활사업은 근로 능력을 가진 저소득층인 조건부 수급자들이 노동에 참여하며 생계급여를 받을 자격을 갖추고, 근로 의지도 되찾게 돕는 제도다.

자활센터 측은 빨래방 운영에 8∼10명의 저소득층이 참여해 수익에 따라 매달 10만 원 남짓 노동의 대가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5월 빌라 1층을 임대해 공사를 시작했고, 가스관만 설치하면 당장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A 의원 등 입주민은 가스 배관을 위해 벽에 구멍을 뚫으면 건물 전체의 안전성이 취약해지고, 세탁기 소음·악취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 상가였던 1층의 주인이 입주민 허락 없이 임대를 내줘 공사가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A 의원은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주민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1층 주인인 B 씨는 좋은 취지로 상가를 빌려줬지만, 입주민을 대표한다는 구의원 탓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B 씨는 “자활센터에 따르면 소음과 악취는 문제 될 게 없다. 구민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이 있는 의원이 앞장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구는 갈등을 조율 중이지만 양측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현재 참여자들은 운영 실습 중이지만, 정식 개점은 미지수다. 자활센터 관계자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답답하다. 애꿎은 저소득층이 피해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