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당 1500만 원 주고 응시
- 부산경찰 브로커 등 23명 검거

베트남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자격증을 취득해 한국에 입국하려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5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인 베트남인 A(27) 씨를 비롯한 일당 5명과 베트남인 산업연수 유학생 18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지난 3월과 4월 베트남 국립국제어학원이 주관하는 TOPIK 응시생인 베트남인 B(24) 씨에게 무선 송수신기로 정답을 알려줘 2급 자격증을 따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부정하게 기술연수 비자(D-4-6)를 받아 울산의 한 대학 용접기술교육센터 초청으로 산업연수 유학생 자격(1년 과정)을 취득해 지난 15일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혐의다.

B 씨와 같은 수법으로 자격증을 딴 유학생 18명은 첩보를 입수하고 공항에 대기하던 경찰에 의해 입국과 동시에 붙잡혀 강제 출국될 예정이다.

경찰 조사결과 한국인 2명이 포함된 A 씨 일당은 연수비를 포함해 베트남인에게 1인당 평균 1500만 원을 받았다. 베트남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월 2일부터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외국인이 국내 기술연수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한국어에 능통한 베트남인 여성 1명과 함께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면서 무선송수신기로 외부에 있는 공범에게 정답을 알려줬다. 공범들은 다시 돈을 낸 수험생에게 정답을 불러줬다. TOPIK 초급 시험은 시간이 100분인데 서울대 석사 출신인 A 씨는 모든 문제를 푸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수도권의 다른 대학과도 접촉을 시도한 사실과 TOPIK 부정응시에 동원한 공범 13명이 1인당 최다 4명에게 정답을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추가 범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경찰은 또 TOPIK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초급(1·2급) 시험과 상급(3·6급) 시험을 치르는데 A 씨가 2차례나 같은 날 급수만 달리해 응시한 것은 물론 같은 시험을 여러 번 반복 응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관사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4, 5년 정도의 연봉을 고스란히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1500만 원을 내고 입국한 것은 국내에 불법 체류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깔린 것”이라며 “B 씨 등은 모두 강제 출국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