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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혼부부 등 배려대상 분양도 ‘하늘의 별따기’

23만 명 몰린 ‘명지 더샵’ 청약 체험

배려대상- 장애인·노인 부양 세대

  • 국제신문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17-09-22 23: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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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쓰고 17시간 풍찬노숙
- 아기 안고, 보조기 차고 줄 서
- 화장실 등 대기줄 이탈땐 뒤로
- 텐트·알바고용 투자자 부러워
- 서류 미비 땐 발걸음 돌리기도
- 현장접수만 받는 시스템 개선을

내 집을 갖고 싶었다.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의 편안한 쉼터가 될 곳. 전세금 상승에 전전긍긍하며 2년마다 이사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보금자리.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 특별공급 청약을 위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본지 김화영 기자.
기자는 23만 명이 청약한 부산 강서구 명지동 더샵 퍼스트월드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참여했다. 현장접수까지 17시간을 풍찬노숙하며 ‘부동산 계급사회’의 민낯을 봤다. 부동산 투기 광풍을 잠재우지 못하면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져 결혼·출산을 강권할 수 없다는 점도 절감했다.

특별공급은 다자녀 가구나 장애인 세대를 비롯해 무주택자인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제도다. 신청 자격이 제한돼 일반분양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 기자가 청약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기간 3년 이내이면서 자녀가 있으면 1순위가 된다. 2014년 10월 결혼한 만큼 올해가 1순위 특별공급의 마지막 기회였다.

앞서 다른 아파트 분양 신청 기회도 있었지만 ‘결단’이 쉽지 않았다. 부부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명서를 비롯해 10개가 넘는 서류를 준비하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현장에서만 신청을 받는 특별공급 청약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내야 했다. 회사에 눈치가 보이는 것은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밤 11시 강서구 명지동 모델하우스에 도착했다. 한숨부터 나왔다. 접수가 시작되는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11시간 남았는데 이미 300여 명이 줄을 서 대기 중이었다. 생리현상도 걱정됐다. 줄을 이탈하는 순간 맨 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처럼 혼자 온 ‘동지’ 5명을 모아 ‘화장실 해결 패밀리’를 꾸렸다. 자녀 두 명을 둬 가점을 더 받는 30대가 부러웠다. “진작 아이를 한 명 더 낳는 건데….” “노부모 특별공급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요?” 5명의 관심은 온통 ‘당첨 확률 높이기’였다.
한 명은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목적 청약이라고 털어놨다. A 씨는 “분양권 피(프리미엄)가 1억3000만 원까지 붙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A 씨와 비슷한 투자자는 너무 많았다. 20대 청년 4명이 쳐놓은 텐트에서 다음 날 50대 중반 남녀 4명이 나왔다. 부동산 업자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줄을 대신 서게 한 것으로 보였다.

다음 날 오전 8시께 대기 줄은 1㎞를 훌쩍 넘겼다. 얼핏 보기에도 2000명이 넘어 보였다. 20개월도 채 안 된 아기를 안은 신혼부부와 보행보조기를 한 장애인도 똑같이 줄을 서야 했다. 오후 4시. 드디어 모델하우스에 입성했다. 서류 검사와 소득기준 계산을 거쳐 접수를 마치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화장실 패밀리 5명 중 한 명은 서류 미비로 발걸음을 돌렸다.

21일 오후에 청약 결과가 발표됐다. 기자의 이름은 없었다. 눈물이 쏙 나왔다. 청춘들에게 빨리 결혼해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계청의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부산에는 7만3133쌍의 신혼부부(결혼 5년 이내)가 있다. 이 중 무주택자가 52.2%인 3만8158쌍이다.

특별공급 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분양은 온라인으로 받으면서 특별공급만 서류가 많다는 이유로 오프라인 신청만 받는 건 맞지 않다. 청약을 대행하는 금융결제원이 시스템을 보강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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