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4.1% 경남 6.2% 등
- 비수도권 환자 266만 명
- 서울·경기서 2조8000억 써
- 서울대병원 의학원 운영 우려
- “환자 유출·피해 막는 게 우선”
부산이 낳은 대표적인 축구 스타 정용환 씨의 팬들은 2021년 중입자가속기가 부산 기장군에 도입된다는 소식이 기쁘면서도 안타깝다. 조금 더 빨리 도입됐다면 정 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부채감 때문이다. 정 씨는 1986년과 1990년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동의 중앙수비수였다. 위암 투병 중이던 그는 2015년 6월 7일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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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중입자가속기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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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2015년 9월 중입자가속기 치료를 받으러 독일 방문계획을 세웠다. 비용은 1억 원으로 추산됐다. 중국집 업주들로 구성된 ‘정용환 후원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용환 후원회 송춘열 회장(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대동반점 대표)은 “중국 음식 이용권을 팔아 경비를 마련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 감독님이 출국 전 숨지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중입자가속기가 기장군에 도입되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국내 암 치료의 메카가 된다. 수도권이나 외국으로 원정 치료에 나서는 수고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부산 대형병원들은 서울대병원과 암치료의 질·서비스를 놓고 경쟁해야 해 긴장하는 눈치다.
부산대병원 이종수(안과) 교수가 지난달 내놓은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 추진 사항 및 현안’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중입자 치료센터를 운영 중인 나라는 일본(5기) 독일(1기) 중국(2기) 이탈리아(1기) 등이다. 중입자가속기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워낙 고가여서 대부분 국가의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길 주저하는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 SPHIC(Shanghai Proton and Heavy Ion Center)는 2015년 5월 싱크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 한 대를 설치해 그 해 12월까지 암 환자 117명을 치료했다. 일본에서 천골부 척색종(엉덩이·척추부 희귀암)의 경우 일반 외과 수술로는 5년간 국소제어율이 56%에 불과했지만 중입자 치료를 통해서는 88%까지 높아졌다.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환자 266만 명이 서울 경기 등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데 2조8000억 원을 썼다. 부산의 환자 100명 중 4.1명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에 나섰다. 경남과 울산은 각각 6.2%와 4.8%였다.
부산대병원의 한 전문의는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늦어질수록 환자만 피해를 본다”며 “서울대가 중입자가속기센터를 운영할 때 부산의 대학병원들이 참여하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입자가속기 도입에서 큰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정부의 초기 운영비 지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중입자가속기 운영 초기에는 적자가 예상되지만 정부가 특정 병원에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부산지역 공공의료 활성화를 1순위에 놓고 서울대병원과 (지원 범위를)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담당자는 “정부가 초기 적자분을 대출해주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운영 초기에 100억 원을 빌려주고, 중입자가속기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환수하는 쪽으로 협약이 맺어질 거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