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70여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부산 거제배수펌프장이 11일 내린 폭우에서 제기능을 못했다.

	부산에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연제구의 한 도로(왼쪽). 빗물을 온천천 방향으로 퍼내고 있는 거제배수펌프장. CCTV 영상캡처(왼쪽), 김민훈 기자

이날 오전 7시 4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과 거제동 일대 주택과 상가가 폭우로 불어난 빗물에 침수 피해를 봤다. 구민들은 황급히 집 밖으로 나와 빗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어나는 빗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주민은 구청의 늑장 대응이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전자 상가를 운영하는 옥꽃망울(35)씨는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고 배수로가 역류하고 있는데도 구는 연락도 안 되더라”면서 “배수 시스템이 일찍 작동했더라면 피해가 없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동래세무서 일대는 상습 침수 구역이다. 이날 이곳을 둘러보니 인근 상가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서류와 제품이 침수돼 주민은 울상이었다.

옥 씨의 상가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거제배수펌프장이 있었지만, 침수 피해를 막지 못했다. 지난 3월 8일 준공된 거제배수펌프장은 이 일대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비 275억을 들여 만들어졌다.

이 시설은 시간당 최고 강수량 80mm(1분당 2,520톤)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이날 내린 이 지역 시간당 최고 강수량 74mm에 속수무책이었다. 연제구 관계자는 “오전 7시 40분께 침수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펌프를 가동했지만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빗물까지는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옥 씨 가게의 CCTV를 확인한 결과 배수펌프장이 가동된 뒤 30분이 지난 뒤에도 수위는 내려가지 않고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일각에서는 거제배수펌프장이 부실시공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민 최모(45) 씨는 “3년 전에 이곳에 시간당 130㎜ 이상의 비가 내려서 침수 피해를 봤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배수펌프장이 시간당 74mm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