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이인 계정에 무례한 댓글
- 같은 학교 학생에 욕설·모욕
- 학교는 항의전화로 업무 마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사칭해 SNS에 글을 올린 누리꾼이 경찰에 입건됐다. 가해 학생이 다니던 학교도 “학생들에 대한 욕설과 항의전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가해·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허위·왜곡된 글을 올리거나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경우 엄벌할 계획이다.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이 SNS로 퍼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피해자 부모가 SNS를 통해 공개한 피해 여중생 모습. 연합뉴스

부산 사상경찰서는 7일 모욕 혐의로 김모(22) 씨를 비롯해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피해자 A 양의 SNS 사진에 선글라스를 합성해 “얼굴을 다쳐도 예쁘지 않냐” “라면을 먹고 얼굴이 부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 어머니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이미 몸과 마음을 다쳤는데 인터넷에서 함부로 게시된 사진과 글로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며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충남 천안에 사는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 피의자도 추적 중이다.

김 씨 이외에도 SNS에는 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사칭한 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일 발생한 폭행 사건 피의자 4명 중 2명은 현재 소년원에 송치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다른 2명도 자신의 계정을 삭제했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은 가해자를 사칭한 계정을 만들어 범행을 꾸짖는 누리꾼들의 댓글에 무례하게 답하면서 가해자에게 더 강한 질타를 유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무분별한 댓글 테러는 가해자의 이름과 같은 동명이인에게도 향했다.

가해 학생인 정모(14) 양의 아버지는 “우리 딸이 용서받지 못할 큰 잘못을 저질렀다. 소년원에서 크게 반성하고 있으며 항간에 떠도는 글은 직접 쓴 것이 아니다”며 “씻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지만, 가족 모두가 신상털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해 학생 가족은 주소가 공개되자 다른 곳으로 피신해 생활하고 있다.

사건 초기 가해 학생이 다닌 학교로 지목된 B 중학교 또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전교생 4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자 45명이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함께 들은 학생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50여 명에 이른다. B학교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쓰레기” “똑바로 살아라”와 같은 욕설을 들었다는 것이다. 택시 승차거부도 있었다.

B 학교의 교내 동아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도 욕설을 남기고 ‘동아리가 공연을 못 하게 하겠다’며 저주가 담긴 댓글을 남긴 누리꾼도 발견됐다. 학교 측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쏟아졌다”며 “2차 피해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해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