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다양한 곳은? 북미인 미국 아래 중남미일 것이다. 즉 라틴 아메리카다. 고대 로마의 라틴 민족이 쓰던 라틴 언어는 어원으로나 존재하지만, 라틴 음악은 혈기왕성하게 살아 있다. 빌보드 음악 분류에도 라틴, 록 음악에서도 라틴 록이 있다. 얼마 전 미국 빌보드 차트 순위에서 푸에르토리코 남자가 부른 Despacito라는 라틴 장르 노래가 1위를 했다. 반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억이 넘을 정도로 아직 유행하고 있다.

북아메리카 땅에 온 영국인들은 인디언으로 불리는 원주민의 씨를 말릴 정도로 학살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백인들과 떨어져 살게 했다. 또 흑인을 노예로 부려 먹으며 백인과 철저히 분리했다. 하지만 중남미 땅에 온 포르투갈인과 에스파니아인들은 정복전쟁 시 인디오로 불리는 원주민을 학살 약탈하면서도 원주민들과 피를 섞고 살았다.

유럽인과 원주민 사이 혼혈인(Mestizo)이 있는 이유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황인 원주민과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이주민과의 혼혈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과의 혼혈도 자연스러웠다. 유럽인과 흑인의 혼혈인(Creole, Mulato)이 있는 이유다. 북미에선 이런 경우는 영화화될 정도로 희한한 몹쓸 짓이었지만 중남미에서는 일상화된 삶이었다. 인종의 혼혈은 음악의 혼혈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이 만나 로큰롤이 되었지만, 중남미에서는 훨씬 오래전부터 황인, 백인, 흑인의 음악이 절묘하게 뒤섞였다. 그런 라틴 음악 이야기를 다 하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란다. 벅차다. 동시에 설렌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